막다른 골목의 추억

지금은 알 수 있다. 설정은 최악이었지만, 그때 나는 최고의 행복 속에 있었다는 것을.
그 날의 그 시간을 상자에 담아 평생의 보물로 삼을 수 있을 정도로. 그때의 설정이나 상황과는 전혀 무관하게, 무자비할 정도로
무관하게, 행복은 불쑥 찾아온다. 어떤 상황에 있든, 누구와 있든.
다만 예측은 할 수 없다.
내가 생각하는 대로 만들어낼 수는 없다. 다음 순간에 찾아올지도 모르고, 줄곧 기다려도 소용없을지도 모른다.
마치 파도와 날씨의 변화처럼 아무도 그것은 알 수 없다. 기적은 누구에게나 고루, 언제나 마련되어 있다.
나는 그 사실만을 몰랐던 것이다.(p.1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