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수 요리문학 상, 바쿠스 상 수상작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동시대 프랑스 작가 뮈리엘 바르베리의 데뷔작
“잊어버린 맛, 내 가장 깊은 곳에 둥지 튼 맛,
내 삶의 황혼에서 말하고 생각해야 하는
단 하나의 진리인 맛.”
최우수 요리문학 상, 바쿠스 상 수상작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동시대 프랑스 작가 뮈리엘 바르베리의 데뷔작
가디언 선정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힌 작가 5인’ 중 한 명이자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동시대 프랑스 작가, 『고슴도치의 우아함』의 작가 뮈리엘 바르베리의 『맛』이 개정된 번역과 새로운 장정으로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바르베리의 데뷔작이기도 한 이 소설은 최우수 요리문학 상과 바쿠스 상을 받았으며, 십여 개 나라 언어로 번역 출간되었다.
『맛』은 심부전으로 단 이틀만 살 수 있다고 선고받은 세계 최고의 요리 평론가인 화자가 생애 마지막으로 기억 속에서 잊힌 어떤 맛을 찾는 여정을 그린 이야기다. 뮈리엘 바르베리는 이 소설 속에서 ‘음식’과 ‘맛’을 통해 인생, 욕망, 가치의 문제를 아름다운 문체와 철학으로 형상화했다고 인정받았다. 미슐랭 가이드에 나오는 파인 다이닝부터 시골 농가의 소박한 식탁까지, 프랑스부터 세계 각국의 요리들까지 세세히 맛보고 펜 끝으로 묘사해 낸 이 소설은, 분명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책’이라고 불릴 만하다.
남은 시간은 단 이틀, 기억 속에서 사라져 버린 인생 최고의 맛을 찾아라!
죽음을 앞둔 이 소설의 주인공 ‘나’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요리 평론가다. 수많은 레스토랑을 영광과 파산의 길로 이끈 그는 심부전으로 죽기 직전 생애 최후로 어떤 맛을 찾아 헤매기 시작한다.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이틀. 그의 기억은 노련한 손길로 가장 평범한 재료도 신비로운 기적으로 만드는 할머니의 주방으로, 이십 년 동안 단골이었던 마르케의 레스토랑으로, 마법처럼 풍성한 마르트 이모의 채소밭으로, 소박한 요리로 천국의 맛을 만들어 내는 데트레르 삼촌의 식탁으로, 왁자지껄한 웃음으로 풍만한 시골 농가의 식탁으로, 할아버지 친구의 화려한 포도주 저장고로, 어린 시절 휴가를 보내던 바닷가로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음식 평론가인 주인공뿐 아니라 그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역시나 음식을 둘러싸고 펼쳐진다.
소박하지만 풍성하고, 평범하지만 화려한 요리의 대향연
흔히 입맛은 가장 보수적이라고 한다. 먹어 보지 않은 음식이나 먹기 싫은 음식은, 타인이 아무리 맛있다고 권해도 선뜻 손을 내밀 수 없다. 하지만 뮈리엘 바르베리의 아름답고도 적확한 문장으로 형상화된 음식들은 확실히 ‘맛있게’ 느껴진다. 생굴이 비릿해서 먹지 못하는 독자도 “황홀하도록 매끄러우면서도 탱글탱글”하다고 묘사된 이 작품 속의 굴은 한번쯤 먹어 봐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많은 서양인이 ‘날것’이라 하여 잘 먹지 못하는 회를 놓고 바르베리는 이렇게 단언한다. “조리하지 않은 재료를 야만적으로 먹는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얼마나 근거 없는 일인가!” 작가는 회를 “신선한, 단 하나의, 벌거벗은, 날것의, 즉 완전한 물질 한 조각.”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뿐만 아니다. 입안을 야성으로 가득 채우는 구운 정어리, 촉촉하고 뜨겁고 감미로운 버터 토스트, 관능적으로 어우러지는 마요네즈와 생채소 등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평범한 음식부터 생소한 요리까지, 집 부엌에서 손쉽게 만드는 단출한 식사부터 훌륭한 레스토랑에서 전문가가 만드는 예술 작품 같은 메뉴까지, 바르베리는 인간이 ‘먹는’ 행위를 통해 무엇을 배우고 느끼며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문제는 먹는 것도, 사는 것도 아니고 ‘그 이유’를 아는 것이다!
먹지 않는 인간은 없다. 우리는 먹음으로써만, 즉 다른 것을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을 통해서 살아가고 존재할 수 있다. 철학 교수이기도 한 뮈리엘 바르베리는 바로 거기, 인간의 본능이자 어쩌면 인간이 죽기 직전까지 좇는 미감의 원천인 맛, 거기에서 우리의 인생을 변주해 낸다. ‘맛’을 통해 삶의 이유와 행복의 문제를 풀어낸 것이다. 이 소설이 프랑스적이라면 그것은 화려한 요리들의 나열과 섬세하고 상징적인 묘사 때문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철학 때문이다. 보통 프랑스 요리라고 하면 예술에 비견될 만큼 섬세하고 화려한 음식을 떠올린다. 하지만 프랑스인들이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은 사실 별이 몇 개씩 달린 호텔 레스토랑의 프랑스 요리들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인스턴트 식품, 냉동 식품, 햄과 치즈를 넣은 샌드위치, 감자튀김과 쇠고기 패티, 오븐에 구운 닭…… 이 소설 속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이런 평범한 요리들이야말로 우리 인간이 매일 먹고, 먹음으로써 삶을 유지하고, 삶을 유지함으로써 타인과 어울리고 자아를 완성해 가는 과정을 함께하지 않을까.
세계 최고이자 악명 높았던 요리 평론가인 ‘나’가 죽음을 목전에 두고 결국 발견한 인생 최고의 ‘맛’은 과연 무엇일까? 소설의 결말에는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그가 찾아낸 그 ‘맛’은 먹는다는 것, 산다는 것, 그리고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알려 주면서 독자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 본문 중에서
어제 샤브로가 다녀간 후로 중요한 것은 하나뿐이다. 죽기 전에 마음속에 떠도는 하나의 맛을 기억해 낼 수가 없다. 나는 그 맛이 내 삶 전체의 첫 번째이자 궁극적인 진리라는 것, 그리고 그 후로 내가 말 못 하게 닫아걸어 버린 마음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것을 안다. 나는 그것이 내 어린 시절 또는 사춘기 시절의 맛이라는 것을 안다. 미식을 입에 올리고자 하는 내 모든 욕망과 야망에 앞서 존재하는 근본적이고 놀라운 음식이라는 것을 안다. 잊어버린 맛, 내 가장 깊은 곳에 둥지 튼 맛, 내 삶의 황혼에서 말하고 생각해야 하는 단 하나의 진리인 맛. 나는 찾지만 찾지 못한다 (11~12쪽)
마침내 음식에 물리고 약간 노곤해진 우리가 접시를 밀어내고 기대앉기 위해 의자에 있지도 않은 등받이를 찾고 있을 때 급사는 차를 가져와 성스러운 의례에 따라 따르고, 슬쩍 닦은 식탁 위에 코른 드 가젤 한 접시를 내려놓았다. 더 이상 아무도 배가 고프지 않았지만, 후식으로 과자가 나오는 시간이 좋은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허기를 달래기 위해 먹지 않을 때에만, 그리고 이 다디단 맛의 난교가 일차적인 욕구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세계에 대한 우리 호의의 입속을 감쌀 때에만 우리는 과자의 섬세함을 온전히 맛볼 수 있다. (30쪽)
“어떤 요리사도 우리 할머님들처럼 요리하지 않고 요리한 적도 없습니다. (…) 때로 세련되지 못하고 언제나 ‘가족적인’ 측면을 지닌, 다시 말해 실하고 영양 많고 ‘든든한’ 요리죠. 하지만 그것은 특히 근본적으로 찌는 듯이 관능적이며, 그 관능성 탓에 우리는 ‘살’을 이야기할 때 그것이 입의 쾌락과 사랑의 쾌락을 동시에 환기시키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걸 압니다. 그분들
의 요리는 곧 그분들의 농염함이자 매력이고 유혹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그분들의 요리에 영감을 주고 그 무엇과도 다르게 만든 것입니다.” (41~42쪽)
고기는 남성적이고 강하지만 생선은 낯설고 잔인하다. 그것은 다른 세계에서, 결코 굴복하지 않는 비밀의 바다라는 세계에서 왔다. 그것은 우리 현존의 절대적인 상대성을 증명해 보이지만 또한 미지의 나라를 한순간 현시해 줌으로써 우리에게 굴복한다. (50쪽)
내가 아는 일본인 요리사들은 몇 년간의 긴 견습 기간을 보낸 후, 다시 말해 살의 지형이 점점 더 확실하게 드러난 이후에야 비로소 생선을 다루는 기술의 달인이 될 수 있었다. 사실 그중 몇몇에겐 이미 손가락으로 생선 살의 단층선을 느끼는 재능이 있었다. (…) 가장 훌륭한 요리사였던 요리장 추노는 거대한 연어 한 마리에서 볼품없어 보이는 단 한 조각을 추출하는 데 이르곤 했다. 질로 보자면 사실 장황한 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 완전성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신선한, 단 하나의, 벌거벗은, 날것의, 즉 완전한 물질 한 조각. (72~73쪽)
먹는 것은 쾌락의 행위이고 이 쾌락을 글로 쓰는 것은 예술 활동이지만 진정한 단 하나의 예술 작품은 결국 타인의 식사다. 나의 식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내 일상의 전후에 범람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크 데트레르 삼촌의 식사는 완전함을 갖추었고 완결된 자기만족적 단위로, 내 기억 속에 시간과 공간을 넘어 새겨진 유일한 순간으로, 내 삶의 감정들로부터 해방된 영혼의 진주로 남을 수 있었다. (88~89쪽)
■ 지은이·옮긴이 소개
뮈리엘 바르베리(Muriel Barbery)
가디언 선정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힌 작가 5인’ 중 한 명이자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동시대 프랑스 작가. 1969년 모로코의 카사블랑카에서 태어났다. 고등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철학 교수 자격을 취득해 부르고뉴 대학교와 생로 교원양성대학원에서 강의를 했다. 2000년 첫 소설 『맛』을 발표하며 소설가의 길에 들어섰다. 『맛』은 최우수 요리문학 상과 바쿠스 상을 수상하고 전 세계 10개국 이상에서 출간되며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2006년 두 번째 소설 『고슴도치의 우아함』을 발표했다. 이 소설은 113주 연속 프랑스 베스트셀러를 기록하고 전 세계 32개국에 번역 출간되었으며, 조르주 브라상 상, 프랑스 서점 대상 등을 수상했다. 이후 『엘프의 삶』, 『이상한 나라』, 『로즈 홀로』, 『한 시간의 열정』, 『작가의 고양이들』 등의 작품을 발표했다.
옮긴이 홍서연
프랑스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에서 음식 문화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학에서 문화인류학과 문명사를 강의하고 있으며, 『브리야 사바랭의 미식 예찬』, 『맛』, 『의사 생리학』, 『땅을 생각하다』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 차례
맛 9
르네 13
소유자 15
로라 20
고기 27
조르주 32
생선 44
장 52
채소밭 56
비올레트 66
날것 72
샤브로 81
거울 85
제젠 91
빵 95
로트 104
농가 108
비너스 117
개 120
안나 130
토스트 134
릭 138
위스키 142
로르 154
아이스크림 156
마르케 165
마요네즈 166
폴 175
계시 179
감사의 말 1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