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시 전집

이상 | 엮음 권영민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22년 8월 19일 | ISBN 978-89-374-6411-9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32x225 · 616쪽 | 가격 16,000원

책소개

시 창작을 통해 모더니티의 초극 지향한 이단의 예술가 시인 이상(李箱)

 

실험적이고 창조적인 ‘시각시’, 거울 같은 두 자아 이상의 한국의 시와 일본어 시

 

문학평론가 권영민의 예리한 시선으로 풀어낸 「오감도」,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

 

 

▶ “이상의 시는 시적 정서를 희생시킨 대신 예술에 있어서 관념의 문제를 새롭게 제안한다.(……) 이상의 시는 기성적인 모든 것에 대한 거부이며, 인습처럼 굳어진 제도와 가치에 대한 저항이다.” ─ 권영민(책임 편집)

 

▶ “이상은 한국 문학사상 최초의 아방가르드 시인으로 모더니즘, 다다, 초현실주의를 시도했고 실험적인 시각시를 처음 발표했다. 실험적 언어로 암호처럼 쓰인 이상의 시는 억압적 질서와 식민 제국주의에 대한 문학적 해부, 강한 대결성을 품은 한국 시의 혁명이었다.” ―박상순(시인)

편집자 리뷰

감각적이고 조형적인 ‘시각시’로 한국 문학의 현대성 창조해 낸 이상.

    현대를 사는 우리는 이상의 시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거울속에는소리가없소

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참없을것이오”

― 「거울」에서

 

한국문학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문학적 조형 언어로 ‘시각시(보는 시)’의 가능성을 조망한 시인 이상의 시 전체를 모아 엮은 『이상 시 전집』이 세계문학전집 411번으로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문학평론가 권영민의 책임 편집으로 엮은 이번 시 전집은 생전 이상이 발표한 국문 시, 일본어 시 외에도 이상 사후 발표된 시 및 미발표 시가 수록되었다. 이상 시에 대한 상세한 주석 외에도 이상 시에 대한 오랜 연구 성과인 작품별 ‘해설’을 추가하여 이상 시 해석을 둘러싼 갑론을박에 명쾌한 혜안을 제시한다.

이상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까. 조선총독부에서 일한 건축기사, 특이한 행적과 여성 편력, 폐결핵 선고, 금홍과의 만남과 이별, 동경에서 맞이한 죽음 등 이상의 짧은 생애와 극적인 개인사로 인해, 그리고 천재, 광인, 모던 보이 등 외적 측면에 초점이 맞추어져 이상은 희대의 천재가 되거나 전위적인 실험주의자가 되기도 한다. 나아가 19세기를 거부한 반전통주의자가 되거나, 1920년대 이후 일본에서 일어난 신감각파 시 운동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거나…… 숱한 해석과 주석이 난무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이상의 시는 하나의 테두리 안에서 그 성격을 규정할 수 없음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이상 문학은 지금도 개인적으로 고립된 창조 활동의 영역에 갇혀 있을 뿐이다. 이상의 시를 우리는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이상은 사물에 대한 감각적 인식을 둘러싼 문화적 조건의 변화에 일찍 눈뜬 예술가다. 어린 시절부터 미술에 관심을 두며 근대 회화의 기본 원리를 터득했고, 경성고등공업학교에서 건축학을 공부하는 동안 근대적 기술 문명을 주도해 온 물리학과 기하학 등에 관한 깊은 이해를 얻는다. 그리고 새로운 예술 형태로 주목되기 시작한 영화에 유별난 취미를 키워 간다. 이상이 지니고 있었던 예술의 모든 영역에 대한 폭넓은 관심과 지식은 그가 남긴 문학의 구석구석에 잘 드러나 있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현대 과학 기술과 문명이 주로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이르는 동안 획기적인 발달과 변화를 겪었다는 사실이다. 에디슨이 ‘실용 탄소전기’를 발명했다든지, 뢴트겐이 X선이라 부르는 방사선을 발견한 것도, 영화가 만들어진 것도, 가솔린 자동차가 처음 등장한 것도,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로 하늘을 난 것도 이 시기다. 이 모든 새로운 발명과 창조가 한꺼번에 이루어지면서 새로운 인간 삶의 물질적 기반이 형성된 것이다.

이상은 기존의 시작법을 거부하고 파격적인 기법과 진술로 새로운 시의 세계를 열어 놓는다. 이상은 사물에 대한 감각적 인식을 둘러싼 문화적 조건에 일찌감치 눈뜬 예술가다. 세기말에 등장한 프로이트의 정신 분석,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그리고 예술 분야에 등장한 입체파와 의식의 흐름 기법 등 이상은 과학 문명과 예술의 전환기적 상황을 감각적이고 조형적인 자신만의 시 언어에 녹여 낸다. 이러한 시적 기표들은 모두 추상적 속성을 지니며, ‘낯설게 하기’의 효과를 통해 텍스트의 내적 공간으로부터 독자들을 소외시킨다. 이상의 시에서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특징은 모더니티의 시적 추구 작업이다. 감각적 언어와 파격적 기법으로 자의식을 탐구하고, 시의 세계 안에 이미지를 그리는 동시에 일상 경험을 묘사하는 이상의 천재적 기법은 낡은 예술에 저항하는 무기이자 길지 않은 생을 산 그 자신에 대한 증언이다.

 

화가가 되고 싶은 건축기사, 시와 소설로 ‘날다’

    이상 시의 출발이 된 일본어 시와 연작시

 

“두종류의존재의시간적영향성

(우리들은이것에관하여무관심하다)

 

직선은원을살해하였는가”

― 「이상한가역반응」에서

 

일제 강점기 이상은 조선건축회 기관지인 《조선과 건축》에 일본어로 쓴 스물여덟 편의 시 작품을 발표했다. 이 작품들은 1931년 7월 《조선과 건축》에 처음 발표된 「이상한가역반응」을 비롯한 여섯 편의 작품을 제외하고는 각각 「조감도」, 「삼차각설계도」, 「건축무한육면각체」라는 세 편의 연작시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연작 방법은 1934년 「오감도」로 이어지며 이상 시의 형식적 특징으로 자리 잡는다. 「삼차각설계도」라는 제목 속에 연작의 형태로 이어진 「선에관한각서 1-7」을 비롯하여, 「이상한가역반응」, 「운동」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들 작품에는 수학이나 물리학 등에서 사용하는 용어들이 그대로 활용되고 있으며, 근대 과학으로서의 기하학의 발전이라든지 상대성 이론과 같은 새로운 이론의 등장에 관한 특이한 상념을 ‘기하학적 상상력’에 기초하여 새로이 형상화하고 있다. 이러한 조형 감각을 통해 이상은 사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발견하고, 그 정체를 포착하는 동시에 주체의 변화까지 드러낼 수 있는 ‘삼차각’을 창조해 냈다.

 

이상의 일본어 시에는 육체의 물질성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보여 주거나, 인간 육체의 물질성을 보여 주며 대상 세계를 낯설게 감각하는 시적 실험에 골몰한 흔적이 나타난다. 아울러 현대 문명에 대한 비판적 시선, 강제 검열이 만연하는 시대적 억압을 텍스트를 통해 나타내는데 대표적 시가 「출판법」이다. 이 시는 표면적으로 타이포그래피의 기술적 메커니즘을 통해 하나의 텍스트가 구축되는 과정을 보여 주지만 식민지 시대 정치 현실과 함께 신문 기사를 통제하는 일본 경찰의 검열 과정을 교묘하게 텍스트 안에 감추어 놓는다.

 

이상 문학을 대표하는 연작시 「오감도」

    병적 나르시시즘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나는왜드디어나와나의아버지와나의아버지의아버지와나의아버지의아버지의아버지노릇을한꺼번에하면서살아야하는건 것이”

― 「오감도 시제2호」

 

연작시 「오감도」는 1934년 《조선중앙일보》에 연재한 「오감도 시제1호」부터 「오감도 시제15호」까지로, 각 작품이 형식과 주제 면에서 독자성을 지니지만 ‘오감도’라는 커다란 제목 아래 묶여 있다. 「오감도」에 포함된 열다섯 편의 작품들은 다양한 시적 구성을 보여 준다. 시적 진술 자체는 고백적인 정조를 형성하고 있으며, 시적 심상의 구조와 그 짜임새는 매우 복합적이다. 각각의 작품들은 시적 지향 자체가 두 가지 계열로 크게 구분된다. 하나는 외적 세계를 시의 대상으로 삼아 사물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통해 인간의 삶과 현대 문명에 대한 불안 의식을 표현한다. 다른 하나는 자기 내적 세계를 시의 대상으로 삼아 자의식의 탐구에서부터 병에 대한 고뇌와 육체의 물질성에 대한 발견 등을 암시한다. 그리고 시적 자아의 범위를 넘어서서 가족과의 불화와 갈등에 이르기까지 그 인식의 방향을 확대한다. 「오감도」의 연작 형식은 이질적인 정서적 충동을 직접 드러낼 수 있도록 고안된 ‘병렬’의 수사와 그 미학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상은 구체적 설명이나 감각적 묘사 대신 한두 가지의 중심 명제를 관념화하여 이를 진술한다. 이 같은 특징 때문에 「오감도」에는 한국의 대표적인 난해시라는 표지가 붙어 있다.

이상의 「오감도」에는 폐결핵의 고통 속에서 자기 몰입의 성향을 강하게 드러내는 작품이 많으며 「오감도 시제4호」, 「오감도 시제5호」,「오감도 시제8호」, 「오감도 시제9호」, 「오감도 시제15호」 등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들 작품에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병적 나르시시즘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하는 것은 「오감도」의 성격을 규정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오감도」는 이상이 폐결핵으로 인해 조선총독부 건축기사를 퇴직한 후 병의 고통 속에서 만들어 낸 작품이기 때문이다. 프로이트는 나르시시즘이라는 말을 일종의 정신병리학적인 개념으로 사용하면서, 인간이 자신의 육체에 가해지는 어떤 고통의 실체를 발견하게 되었을 때 자기 자신에 대해 관심을 집중한다고 말한다. 육체의 상처나 병으로부터 고통받는 사람은 누구나 그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그러므로 거의 강박처럼 자기 육체에 몰입하고 그 고통에 대해 좌절하고 더 큰 정신적 고통을 겪으면서 괴로워한다. 프로이트는 병에 의한 육체의 훼손과 고통이 곧바로 정신적으로 투여된 고통으로 바뀐다는 점을 지적한다. 말하자면 육체적인 고통을 통해 정신적 고통이 함께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육체적 고통은 언제나 육체적인 자기 발견의 전제 조건이 될 수밖에 없다. 이상의 시에서 발견하는 병의 고통과 그 기호적 표상은 이상 문학의 본질적 영역에 속하는 문제임을 알 수 있다.

이상의 시는 대상으로서의 사물을 보는 시각의 문제에 대한 새로운 도전을 보여 준다. 대상을 본다는 것은 단순히 눈앞에 존재하는 사물의 외적 형상을 인지하는 것만은 아니다. 사물을 관찰하는 과정과 함께 주체를 둘러싼 환경 속에서 관찰자로서의 주체까지 포함하는 여러 개의 장(場)을 함께 파악하는 일이다. 이상은 사물에 대한 물질적 감각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사물의 전체적인 형태나 중량감, 색채와 그 속성까지 설명할 수 있는 특이한 시선과 각도를 찾아낸다. 그는 20세기 초반 기계 문명 시대를 결정한 여러 가지 기초적인 이론에 대한 이해를 통해 광선, 사물의 역동성, 구조 역학, 기하학 등의 원리를 자신의 시적 텍스트의 구성에 동원했고, 서양 모더니즘 예술에서 특징적으로 드러났던 초현실주의 기법, 다다 운동과 입체파의 기법 등을 활용한 새로운 이미지들을 시를 통해 형상화했다. 끊임없이 발전해 가는 기술 문명의 세계를 놓고 그것의 정체를 포착하는 동시에 주체의 의식의 변화까지 드러내기 위해 상상해 낸 새로운 그림이 바로 화제작 「오감도」라고 할 수 있다.

 

대상을 본다는 것, 사물을 본다는 것에 대한 문학적 도전

    이상의 시는 모더니티의 시적 추구 작업

 

사과한알이떨어졌다. 지구는부서질그런정도로아팠다. 최후.

이미여하한정신도발아하지아니한다.

― 「최후」

 

이상은 사물에 대한 보다 직접적인 접근법을 채택함으로써 대상에 대한 인식뿐 아니라 사물을 대하는 주체의 시각을 새롭게 변형시킨다. 실제로 이상은 시의 양식에서 가능한 모든 언어적 진술과 기호의 공간적 배치를 통해 사물을 보는 새로운 시각의 가능성을 보여 준다. 이상의 시는 한국적 모더니즘 운동의 중심축에 자리 잡고 있다. 그의 시에서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특징이 바로 모더니티의 시적 추구 작업이다. 언어적 감각과 기법의 파격성을 바탕으로 자의식의 시적 탐구, 이미지의 공간적 구성에 의한 일상적 경험의 동시적 구현, 도시 문명에 대한 비판적 인식 등을 드러내는 시의 경향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이상은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시적 창작을 통해 자신이 추구한 모더니티의 초극을 지향한다. 이상의 시는 텍스트의 표층에 그려진 경험적 자아의 병과 고통, 가족과의 갈등 문제를 그려 내면서도 인간의 존재 의미, 생명과 죽음의 문제, 현대 문명과 기술 문제와 같은 본질적인 관념적 주제로 심화시켜 시적 형상성을 획득하고 있다.

 

“이상의 시는 시적 정서를 희생시킨 대신 예술에 있어서 관념의 문제를 새롭게 제안한다. 이 특이한 시 형식을 반(反)예술적 충동으로 규정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것이 낡은 예술에 저항하는 무기였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아차린 사람이 별로 없다. 이상의 시는 기성적인 모든 것에 대한 거부이며, 인습처럼 굳어진 제도와 가치에 대한 저항이다. 새로운 예술적 실험과 창조적 도전을 말하고자 할 경우 이상의 「오감도」를 먼저 펼치게 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 권영민, 「작품 해설」에서

 

 

■ 본문 중에서

 

거울속에는소리가없소

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참없을것이오

 

 

거울속에도내게귀가있소

내말을못알아듣는딱한귀가두개나있소

 

 

거울속의나는왼손잡이오

내악수를받을줄모르는—악수를모르는왼손잡이오

 

 

거울때문에나는거울속의나를만져보지를못하는구료마는

거울아니었던들내가어찌거울속의나를만나보기만이라도했겠소

 

 

나는지금거울을안가졌소마는거울속에는늘거울속의내가있소

잘은모르지만외로된사업에골몰할게요

 

 

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반대요마는

또꽤닮았소

나는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진찰할수없으니퍽섭섭하오

― 「거울」(23쪽)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오.

(길은막다른골목이적당하오.)

 

제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4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5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6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7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8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9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0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1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13인의아해는무서운아해와무서워하는아해와그렇게뿐이모였소.(다른사정은없는것이차라리나았소.)

 

그중에1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

그중에1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

 

(길은뚫린골목이라도적당하오.)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지아니하여도좋소.

 

― 「오감도 시제1호」(36-37쪽)

 

찢어진벽지에죽어가는나비를본다.그것은유계에낙역되는비밀한통화구다.어느날거울가운데의수염에죽어가는나비를본다.날개축처어진나비는입김에어리는가난한이슬을먹는다.통화구를손바닥으로꼭막으면서내가죽으면앉았다일어서듯이나비도날아가리라.이런말이결코밖으로새어나가지는않게한다.

― 「오감도 시제10호」(93쪽)

 

○ 지비 3

 

이방에는 문패가없다 개는이번에는 저쪽을 향하여짖는다조소와같이 아내의벗어놓은 버선이 나 같은공복을표정하면서 곧걸어갈것같다 나는 이방을 첩첩이닫치고 출타한다 그제야 개는 이쪽을향하여 마지막으로 슬프게 짖는다

― 「지비」(158쪽)

 

문을암만잡아당겨도안열리는것은안에생활이모자라는까닭이다.밤이사나운꾸지람으로나를조른다.나는우리집내문패앞에서여간성가신게아니다.나는밤속에들어서서제웅처럼자꾸만감해간다.식구야봉한창호어디라도한구석터놓아다오내가수입되어들어가야하지않나.지붕에서리가내리고뾰족한데는침처럼월광이묻었다.우리집이앓나보다그러고누가힘에겨운도장을찍나보다.수명을헐어서전당잡히나보다.나는그냥문고리에쇠사슬늘어지듯매어달렸다.문을열려고안열리는문을열려고.

― 「역단 가정」(174쪽)

 

꽃이보이지않는다.꽃이향기롭다.향기가만개한다.나는거기묘혈을판다.묘혈도보이지않는다.보이지않는묘혈속에나는들어앉는다.나는눕는다.또꽃이향기롭다.꽃은보이지않는다.향기가만개한다.나는잊어버리고재차거기묘혈을판다.묘혈은보이지않는다.보이지않는묘혈로나는꽃을깜빡잊어버리고들어간다.나는정말눕는다.아아.꽃이또향기롭다.보이지도않는꽃이—보이지도않는꽃이.

― 「위독 절벽」(220쪽)

 

임의의반경의원(과거분사에관한통념)

 

원안의한점과원밖의한점을연결한직선

 

두종류의존재의시간적영향성

(우리들은이것에관하여무관심하다)

 

직선은원을살해하였는가

 

― 「이상한가역반응」(280쪽)

 

배고픈얼굴을본다.

 

반드르르한머리카락밑에어째서배고픈얼굴은있느냐.

 

저사내는어디서왔느냐.

저사내는어디서왔느냐.

 

― 「조감도 얼굴」(364쪽)

 

1+3

3+1

3+1 1+3

1+3 3+1

1+3 1+3

3+1 3+1

3+1

1+3

 

선상의일점A

선상의일점B

선상의일점C

 

― 「삼차각설계도 선에관한각서 1」(416쪽)

 

미래로달아나서과거를본다, 과거로달아나서미래를보는가,미래로달아나는것은과거로달아나는것과동일한것도아니고미래로달아나는것이과거로달아나는것이다. 확대하는우주를우려하는자여, 과거에살아라, 광선보다도빠르게미래로달아나라.

― 「삼차각설계도 선에관한각서 5」(436쪽)

 

이슬을아알지못하는다•••리아하고바다를아알지못하는금붕어하고가수놓여져있다. 수인이만들은소정원이다. 구름은어이하여방속으로야들어오지아니하는가. 이슬은들창유리에닿아벌써울고있을뿐.

계절의순서도끝남이로다. 산반알의고저는여비와일치하지아니한다. 죄를내어버리고싶다. 죄를내어던지고싶다

― 「수인이만든소정원」(545쪽)

 

사과한알이떨어졌다. 지구는부서질그런정도로아팠다. 최후.

이미여하한정신도발아하지아니한다.

― 「최후」(570쪽)

목차

1부 국문 시

 

꽃나무 12

이런시 15

1933, 6, 1 18

거울 21

보통기념 26

운동 32

 

오감도

시제1호 36

시제2호 46

시제3호 52

시제4호 56

시제5호 63

시제6호 69

시제7호 74

시제8호 81

시제9호 88

시제10호 93

시제11호 99

시제12호 105

시제13호 111

시제14호 116

시제15호 122

 

소・영・위・제・ 136

정식 143

지비 153

지비—어디갔는지모르는아내— 157

 

역단

화로 166

아침 171

가정 174

역단 177

행로 181

가외가전 186

명경 196

목장 202

 

위독

금제 208

추구 214

침몰 217

절벽 220

백화 223

문벌 226

위치 229

매춘 232

생애 237

내부 240

육친 243

자상 246

 

I WED A TOY BRIDE 252

파첩 257

무제 271

무제(기이) 275

 

2부 일본어 시

 

이상한가역반응 280

파편의경치 290

▽의유희 298

수염 306

BOITEUX⦁BOITEUSE 322

공복— 331

 

조감도

2인……1…… 340

2인……2…… 344

신경질적으로비만한삼각형 348

LE URINE 353

얼굴 364

운동 371

광녀의고백 376

흥행물천사 390

 

삼차각설계도

선에관한각서1 406

선에관한각서2 416

선에관한각서3 426

선에관한각서4 431

선에관한각서5 436

선에관한각서6 446

선에관한각서7 457

 

건축무한육면각체

AU MAGASIN DE NOUVEAUTES 468

열하약도 No.2 479

진단0:1 483

이십이년 489

출판법 496

차8씨의 출발 508

대낮—어느 ESQUISSE— 518

 

청령 526

한개의밤 531

척각 538

거리 541

수인이만든소정원 545

육친의장 549

내과 553

골편에관한무제 558

가구의추위 562

아침 566

최후 570

 

작품 해설 573

작가 연보 594

참고 문헌 602

 

작가 소개

이상

1910년 2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본명은 김해경, 본관은 강릉이다. 8살 되던 해 신명학교에 입학하여 화가 구본웅과 만나 오랜 친구로 지낸다. 학창 시절, 미술에 관심이 많아 화가를 꿈꾸다가 경성고등공업학교 건축과에 입학해 수석으로 졸업한다. 학교 추천으로 조선총독부 내무국 건축과 기수로 발령받아 근무한다.

1930년, 잡지 《조선》 국문판에 첫 작품이자 유일한 장편 소설 「십이 월 십이 일」을 ‘이상(李箱)’이라는 필명으로 연재한다. 1931년 조선미술전람회에 서양화 「자상」이 입선하고, 《조선과 건축》에 일본어로 쓴 시 「이상한 가역 반응」 등 20여 편을 발표한다. 폐결핵으로 조선총독부 건축기사를 그만둔 후, 1933년 서울 종로 1가에 다방 ‘제비’를 개업한다. 1934년 박태원, 정지용, 이태준 등의 도움으로 연작시 「오감도」를 《조선중앙일보》에 발표하고 ‘구인회’ 회원이 된다. 1936년 구인회 동인지 《시와 소설》 창간호를 발간하고 단편 소설 「지주회시」, 「날개」를 발표하며 평단의 주목을 받는다. 1936년 가을, 일본 도쿄로 건너가 작품 활동을 하다가 1937년 2월에 ‘사상 혐의’로 일본 경찰에 피검되어 조사를 받던 중 폐결핵이 악화되어 병원으로 옮겼으나 같은 해 4월, 28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다.

권영민 엮음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했고, 미국 하버드 대학교 객원 교수, 캘리포니아 대학교(버클리) 한국 문학 초빙 교수 및 겸임 교수, 일본 도쿄 대학교 한국 문학 객원 교수 등을 역임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 교수이다. 주요 저서로 『정지용 시 126편 다시 읽기』, 『문학사와 문학비평』, 『이상 문학의 비밀 13』, 『문학, 시대를 말하다』, 『한국 모더니즘 문학의 탄생』, 『이상 연구』, 『한국현대문학사』, 『한국문학이란 무엇인가』 등이 있다. 현대문학상, 김환태평론문학상, 만해대상(학술부문), 서울문화예술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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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의 모든 시들의 현대어 한글본, 옛 원본, 거기에 일본어로 쓰여진 경우 일본어 원본까지 모두 나와 있어 참고가 됩니다. 다양한 주석과 해설이 확인하기 쉽게 달려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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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시 전집
빛나는별이 2024.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