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철저히 이야기를 배제한다. 이야기의 전개를 바탕으로 진행되는 보통의 소설과는 많이 다르다.
독자들은 주인공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그저 지나가는 현상들 속에서 안간힘을 써서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낸다.
독자는 이 책을 읽는게 힘들고 불편하고 불안하다.
그런데 우리는 언제부터 왜 소설 속에 이야기가 있다고 넘겨짚어 생각하고, 소설에 드러난 이야기가 없어서 이렇게 불안해야하나?
문학은 언어가 가리키는 사물이 아니라 언어 그 자체일 뿐이다. 라는 작가의 말에 딱 맞는 작품이다.
한 가지 더, 이 책에서 말하는 불안, 아마도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의 불안감 무력함이란 주제의식이 독자가 이야기에 닿을 수 없는 불안함이 결합되어 아주 찰떡같이 어우리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