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질 것 같습니다.”
청춘의 한 시기에 통과 의례처럼 만나야 하는
일본 데카당스 문학의 대표 작가,
다자이 오사무의 가장 솔직한 자화상을 마주하다
■ 세계적인 작가의 ‘소설×에세이’를 단 한 권에!
‘디 에센셜’ 시리즈 4종(오웰, 다자이, 울프, 헤밍웨이) 동시 출간
당신이 지금 만나야 할 다자이 오사무
세계적인 작가의 대표 소설과 에세이를 한 권에 담아, 이 책을 읽은 독자 누구든 단 한 문장으로 작가의 특징을 정의할 수 있게 큐레이션한 ‘디 에센셜’ 시리즈 4종(조지 오웰, 다자이 오사무, 버지니아 울프, 어니스트 헤밍웨이)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이번 디 에센셜 시리즈 4종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을 대표하는 작가를 선별한 만큼 세계문학전집 400권 출간과 맞추어 동시 출간되었으며, 정중원 작가의 초상 사진 이미지로 반양장의 세련되고 감각적인 표지 디자인을 연출했다. 표지를 감싸는 속표지 안쪽 표지에도 정중원 작가의 초상 사진을 전면에 반영하여 작가 고유의 특징과 개성을 독자가 보다 세심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디 에센셜 시리즈의 세 번째 작가는 일본 데카당스 문학의 대표 작가 ‘다자이 오사무’다. 『디 에센셜 다자이 오사무』에서는 대표작 「인간 실격」 외에도 그의 생일에 지난 삶을 반추하며 쓴 에세이 「6월 19일」, 중세 시인 ‘프랑수아 비용’을 모티프로 자전적 체험을 녹여 낸 단편 소설 「비용의 아내」 등 총 아홉 편의 작품을 소개한다. ‘부끄러움’ ‘자기반성’으로 대변되는 다자이의 중후기 명작은 전후 일본을 휩쓸었던 사회적, 도덕적 혼란과 질풍노도의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불안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 특징이다. 오늘날 독자들은 청년 세대의 절망을 적시하는 다자이 오사무의 예리한 필력을 통해 어설픈 위로, 형식적인 공감 대신 누군가 ‘대신 울어 주는’ 듯한 독특한 독서 체험을 하게 될 것이다.
■ 세상에 단 하나뿐인 큐레이션
―흔들리는 인간의 자화상을 그대로 담아내다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저는 인간의 삶이라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인간 실격」
1909년 일본 아오모리현의 대지주 집안에서 태어난 다자이 오사무는 자신의 집안이 고리대금업으로 부자가 된 신흥 졸부라는 사실에 평생 동안 부끄러움을 느꼈다. 이 영향으로 도쿄 제국 대학 재학 당시 한동안 좌익 운동에 가담하기도 했지만, ‘운동을 그만두지 않으면 모든 경제적 지원을 끊겠다.’라는 맏형의 엄포에 결국 운동을 포기하면서 다시 한번 깊은 자기혐오에 휩싸이기도 했다. 평생 약물 중독과 싸웠으며 서른아홉의 나이에 자살로 생을 마감한 다자이 오사무의 삶은 그 자체로 살아간다는 것의 고뇌와 고통의 깊이를 보여 준다.
하지만 이런 자전적 요소만으로 작가 다자이 오사무의 진면목을 알 수는 없다. 작품 속에 자전적 사실과 실제 경험이 빈번히 녹아들어 묘사되지만 이를 허구화하지 않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통적인 소설과 에세이의 중간쯤에 놓인 작품이 다수 보이는데, 작가 “다자이 오사무”라는 이름이 그대로 등장하여 도시의 부랑자들에게 따뜻하고 여유로운 시선을 보내는 「미남자와 담배」가 대표적이다.
‘디 에센셜 에디션’은 소설과 에세이를 함께 소개하는 것이 특징이지만, 다자이 오사무의 이런 작가적 특성 때문에 소설과 에세이의 전통적인 경계에 구애되지 않고 장년기 작가의 솔직한 얼굴을 드러내는 중후기 명작들을 선별해 담았다. 전체 수록작 중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최신 리뉴얼 판을 수록한 「인간 실격」(김춘미 옮김)을 제외하고 「비용의 아내」를 포함해 나머지 여덟 작품은 모두 번역가 유숙자에 의해 새롭게 번역되었다.
「여치」는 다자이 오사무가 작가로서의 명성을 쌓으며 수입을 올리게 되었을 때 이른바 ‘원고 장사꾼’이 되어 버리는 건 아닐까 스스로 경계하는 의미에서 썼다고 밝힌 단편 소설이다. 가난하고 순수한 화가를 만나 결혼했지만, 크게 성공한 뒤 속물적으로 변해 가는 남편의 모습에 실망해 “헤어지겠습니다.”라고 선언하는 강단 있는 여성의 독백체가 시선을 끈다. 한편 동명의 영화로도 잘 알려진 「비용의 아내」는 패전 후 시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채 데카당을 표방하며 살아가는 ‘오타니’와 무능력한 남편을 대신해 생계를 이끌어 가는 아내 ‘삿짱’의 이야기다. 기존의 질서와 윤리관이 모두 무너진 상황에서 갈피를 잡지 못한 채 방황하는 ‘오타니’의 모습을 통해 당시 혼란스러운 일본의 사회상과 작가 다자이의 고뇌가 엿보이는 수작이다.
■ #공정 #자발적 고립 #자기 연민
다자이 오사무로 읽는 청년 세대의 키워드
“저는 인간을 극도로 두려워하면서도 아무래도 인간을 단념할 수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해서 익살이라는 가는 실로 간신히 인간과 연결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인간 실격」
이 책에 수록된 「인간 실격」은 오다 사쿠노스케, 사카구치 안고와 함께 일본 ‘무뢰파’를 대표하는 다자이 오사무의 대표작이다. 작가의 자전적 체험을 바탕으로, 오직 순수함만을 갈망하던 여린 젊은이가 타인의 위선과 잔인함으로 파멸되는 과정을 그린 이 작품은 다자이 오사무 생애 마지막으로 발표한 완성작이자 그의 작품 세계를 집약하는 허무주의와 퇴폐주의가 가장 잘 드러난 작품으로 꼽힌다. 어떻게든 사회에 융화되고자 애쓰고, 순수한 것, 더렵혀지지 않은 것에 꿈을 내맡긴 채 인간에 대한 구애를 시도하던 주인공이 결국 모든 것에 배반당하고 인간 실격자가 되어 가는 패배의 기록인 「인간 실격」은 오늘날 젊은 독자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나는 열아홉 살 먹은 고교생이었다.
반에서 나 혼자만 두드러지게 호사스러운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죽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고뇌의 연감」
특히 2030 청년 독자의 경우 자신의 사회적 특권을 의식하여 평생 부끄러움을 느꼈던 다자이 오사무의 태도에서 ‘공정’과 ‘평등’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청년 세대의 사회적 감수성을 발견하고, 「인간 실격」의 주인공 ‘요조’를 통해 깊은 관계를 두려워하며 ‘자발적 고립’을 택하는 익숙한 인간관계의 모습을 마주하기도 한다. 한편 동시대 작가 미시마 유키오가 “맨손 체조만 좀 했어도 우울증은 치유됐을 것.”이라며 냉소를 하기도 했던 다자이 오사무의 ‘자기 연민’은 오늘날 우리가 자신하는 단단한 자아상의 다른 얼굴이기도 하다. 이처럼 사회의 위선을 폭로하면서 동시에 인간의 가장 나약한 모습을 스스럼없이 드러내는 다자이 오사무의 주옥같은 문장들은 왜 그가 여전히 ‘읽히는 작가’인지 설명해 주고 있다.
■ 표지 이야기
정중원 작가의 하이퍼리얼리즘 초상화로 연출한 ‘디 에센셜’ 시리즈
‘디 에센셜’ 시리즈는 사진이 아닌 하이퍼리얼리즘 초상화를 통해 고전 작가의 현대적 재현을 시도했다. 일례로 ‘버지니아 울프’는 성숙한 외모의 초상화와 강렬한 붉은색의 조합을 통해 도전적인 프로페셔널의 면모를 강조했으며, ‘다자이 오사무’는 여린 가짓빛에 먼 곳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을 담아 위태로운 고독감을 부각했다. 아쿠아마린의 청량한 색채를 입은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출렁이는 푸른 파도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하늘색×흰색×검은색이 교차된 스트라이프 셔츠를 입은 헤밍웨이가 마치 포세이돈과 같은 풍모로 내면을 응시하는 듯한 이미지를 연출했다. 정중원 작가의 초상 사진 이미지로 반양장의 세련되고 감각적인 표지 디자인을 연출했다. 표지를 감싸는 싸바리 안쪽 표지에도 정중원 작가의 초상 사진을 전면에 반영하여 작가 고유의 특징과 개성을 독자가 보다 세심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본문 디자인에도 각별히 신경을 썼다. 한글과 영어가 조화롭게 설계된 서체를 선택하여 원문이 병기되는 경우에도 가독성을 해치지 않도록 배려했다. 또한 문장을 정렬할 때 글줄의 끝을 일정하게 맞추지 않고 자연스럽게 흘리는 방식을 통해 저자의 펜 끝을 그대로 따라가는 듯한 독서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 이 책에 수록된 다자이의 대표 소설x에세이
*하단의 설명은 실제 본문에 수록해 독자의 이해를 돕도록 구성했습니다.
「6월 19일」
1940년 발표. 다자이의 작품에는 수필적 성격을 띤 단편이 적지 않다. 「6월 19일」은 다자이 수상집에 수록된 에세이다. 자신의 출생이 평범한 데에 실망했다지만, 작가의 삶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여치」
1940년 발표. 훗날 작가는 이 작품에 대해, 당시 수입이 좀 생겼는데 금세 다 써 버리기는 했지만 자신도 이른바 ‘원고 장사꾼’이 되어 버리는 건 아닐까 걱정되어 스스로 경계하는 의미에서 썼다고 밝혔다. 마음속 속물근성을 훈계한 것이라고 했다.
“헤어지겠습니다.”라는 첫 문장이 우선 시선을 끈다. 그런데 화자는 작가가 아니다. 다자이가 들려주는 여성 고백체를 음미해 볼 만하다.
「만원」
1938년 발표. 「만원」은 자살 기도와 집필 중단 등 힘겨운 터널 같은 시간을 지나 다시 창작에 전념하던 무렵 발표한 소설이다. 마침내 길었던 금지령이 해제되고, 그 기쁨은 빙글빙글 돌아가는 여자의 파라솔 위에 가득하다. 의사가 명했던 금기에서 해방되어 자유를 찾은 모습에서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엿보인다.
「아, 가을」
1939년 발표. “여름은 샹들리에. 가을은 등롱.” 소리 내어 읽어 보면 더욱 좋은 시 한 구절이다. 봄, 여름, 겨울이 함께 들어 있을, 시인 다자이의 그 비밀스러운 노트가 몹시 궁금해진다.
「기다리다」
1942년 발표. 한 여성이 전차 역에서 누군가를, 무언가를 하염없이 기다린다. 매일 매 순간 삶이 절박하고 위태로울 때일수록, 기다림은 더욱 간절하고 초조해진다. 기다린다는 즐거운 설렘과 불안한 긴장감이 팽팽하다.
「포스포렛센스」
1947년 발표 후 다자이 수상집에 처음 수록되기도 했다. 꿈은 현실보다 더 현실성을 띤다. 그럴 때가 있다.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또 다른 현실 세계가 그려진다.
‘phosphorescence’는 인광, 푸른빛이라는 뜻.
「미남자와 담배」
1948년 발표. 1947년 겨울, 우에노의 부랑아들과 찍은 사진이 이 작품의 소재가 되었다. 작품에 다자이라는 작가 이름이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저는 홀로 오늘까지 싸워 왔습니다만”으로 시작되는 문장에 쓸쓸함이 묻어난다. 삶의 마지막까지 작가가 분투해 온 것이 무엇인지를 떠올리게 한다. 그럼에도 다자이의 여유로운 시선이 따뜻하다.
「비용의 아내」
1947년 발표. 작품 속 ‘오타니’는 프랑스 시인 프랑수아 비용을 모티프로 한 인물이며 다자이의 분신으로 읽힌다. 전쟁 후 시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채 데카당을 표방하며 살아가는 오타니는 내면의 윤리성, 무너지는 가정과 끊임없이 갈등하고 싸워 나갈 수밖에 없다. 반면 그의 아내 ‘삿짱’은 자신 앞에 닥친 험난한 현실을 딛고 무능력한 남편을 대신해 가정을 지켜 내는 진취적 인간성을 발휘한다. 두 사람의 대화가 자아내는 독특한 분위기, 그리고 세부 묘사에 이 작품의 묘미가 있다. 다자이의 후기 단편들 가운데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인간 실격」
다자이가 처음으로 ‘타인 지향적’ 태도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의 예술적 자서전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본문에 나오듯 “음산한 도깨비” 같은 자화상이 그대로 드러난 작품이다. 오직 순수함만을 갈망하던 젊은이가 결국 모든 것에 배반당한 채 인간 실격자가 되어 가는 내용의 이 소설은 타산과 체면으로 영위되는 인간사에 대한 예리한 고발이라고 할 수 있다. 1948년, 생애 마지막으로 발표한 완성작.
6월 19일 7
여치 13
만원(滿願) 39
아, 가을 47
기다리다 55
포스포렛센스 63
미남자와 담배 77
비용의 아내 91
인간 실격 135
다자이 오사무 연보 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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