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잡아라
원제 Seize the Day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08년 2월 29일 | ISBN 978-89-374-6170-5 [절판]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32x225 · 232쪽 | 가격 8,000원
시리즈 세계문학전집 170 | 분야 세계문학전집 170
현대 미국 문학의 거목,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솔 벨로차마 현실이라고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일상을 살아가는 고독한 현대인
절망적인 ‘오늘’ 속에 흩어져 있는 삶의 희망을 잡아라
1976년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솔 벨로의 『오늘을 잡아라』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0번으로 출간되었다. “20세기 미국 문단의 거목”이라고 평가받는 솔 벨로는 대부분의 작품에서 주로 소외된 인간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키면서, 주인공들이 억압받는 상황과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도시의 부조리한 상황을 능란하게 그려 내는 작가로 유명하다. 『오늘을 잡아라』는 솔 벨로가 1956년에 발표한 작품으로, 이 소설 역시 주인공 토미 윌헬름이 뉴욕 브로드웨이 몇 블록을 오가며 단 하루 동안 겪게 되는 절망적인 일상을 그리고 있다. “문학이란 인류 전체를 대변해야 하는 것”이라고 믿었던 솔 벨로. 그가 작품을 통해 그리고 있는 것은 ‘바로 지금’을 살아가는 고독한 현대인의 모습, 바로 지금 우리의 모습에 다름없다.
\”과거는 우리에게 아무 소용이 없어. 미래는 불안으로 가득 차 있지.
오직 현재만이 실재하는 거야, ‘바로 지금’. 오늘을 잡아야 해.\”
토미 윌헬름. 그는 직업도 잃고 가족으로부터도 버림받아, 그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한 채 뉴욕의 글로리아나 호텔에서 빈둥거리며 지내는 사십 대 중반의 남성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그의 인생은 실패작이다. 남들 눈엔 잘 지내고 있는 것처럼 보이길 바라지만, 더 이상 어떻게 손써 볼 수도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오늘도 그는 별다른 계획 없이 잠에서 깨어, 아버지와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으로 향한다. 이런 생활을 언제까지나 계속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오래전에 깨달았고, 심지어 오늘은 두렵기까지 하다. 토미는 이러한 일상이 이제 곧 깨어지려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아직 그 형체가 뚜렷이 드러나진 않았지만, 그는 오래전부터 예감했던 커다란 불행이 바로 코앞에 다가왔음을 느낀다. 오늘 저녁이 되기 전에 그 정체를 알게 될 것 같다. 아버지와 또 한바탕을 하고 식당에서 나와, 과거의 실패와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좌절해 있는 토미에게, 같은 호텔에 묵고 있는 정신과 의사인 탬킨 박사는 ‘오늘을 잡아야 한다.’라고 충고한다. 토미는 탬킨 박사의 그 ‘바로 지금’ 철학을 좋아하지만, 이 막막한 현실 어디에서 해결점을 찾아야 할지 알 수 없어 고민스럽다. 재정적으로 곤란에 빠진 토미는 주식으로 돈을 벌게 해 주겠다는 탬킨 박사의 말을 믿고 그에게 전 재산을 투자하지만, 의지했던 탬킨 박사마저도 오늘, 결국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이것이 정녕 현실이란 말인가. 이것이 내가 무언가를 잡아야 한다는 그 ‘오늘’이란 말인가.
* 『오늘을 잡아라』에 대한 리뷰
▶ 솔 벨로의 작품은 인간에 대한 이해와 현대 문화에 대한 섬세한 분석을 보여 준다. – 스웨덴 한림원 노벨 문학상 선정 이유
▶ 20세기 미국 문학은 솔 벨로와 윌리엄 포크너라는 두 개의 기둥으로 지탱돼 왔다. 그들은 20세기의 멜빌이자 호손이고 트웨인이었다. – 필립 로스(소설가)
▶ 솔 벨로는 20세기 문단의 거목이다. 그 이유는 『오늘을 잡아라』를 읽으면 알게 될 것이다. – 《아이리시 타임스》
‘실패자\’라는 이름으로 살아간다는 것
『오늘을 잡아라』에서 솔 벨로는 주인공 토미의 절망적인 하루를 좇는다. 솔 벨로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뉴욕 브로드웨이의 빌딩 숲, 그리고 택시와 승용차로 북적거리는 거리를 배경으로 힘없이 배회하는 중년 남성의 모습이 쉬이 그려진다. 토미는 가정과 직장 어디에서도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하고, 같은 호텔에서 생활하는 아버지로부터도 인정받지 못한다. 물질문명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이른바 ‘실패자’인 것이다. 토미는 경제적, 정신적으로 도움받을 사람을 찾게 되고 그렇게 친해진 탬킨 박사에게 자신의 전 재산을 모두 맡길 정도로 의지한다. 하지만 소설의 결말에 가서 드러나는 것은 토미의 그러한 선택 역시 또 다른 실패라는 사실이다. 결국 아버지는 그에게 “바보 같은 놈!”이라고 화를 내며 꺼지라고 하고, 아내는 오랜만에 통화하는데도 불구하고 “당신은 불행한가요? 하지만 그래야 마땅해요.”라는 말만 들려줄 뿐이다.
『오늘을 잡아라』의 토미처럼, 솔 벨로의 주인공들은 이른바 ‘실패자’의 인생을 살면서, 막막한 현실 앞에서 해결점을 찾지 못한 채 방황한다. 그들은 심성은 착하지만 물질문명의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번번이 실수하고 또 좌절한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토미 역시 ‘착한 사람은 이용당한다’, ‘약아야 잘 산다’라는 현대사회 법칙의 전형을 보여 준다. 이런 토미에게, 주위 사람들은 어떤 도움도 주려 하지 않는다. 심지어 가장 가까운 존재일 수 있는 아버지는 그의 재기조차 의심한다. 잃어버린 신용보다 더욱 회복할 수 없는 것, 그것은 토미가 잃어버린 자신감이다. 그것이 토미뿐 아니라 ‘실패자’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자들의 어려움, 바로 솔 벨로가 작품을 통해 독자들에게 보여 주고자 하는 점이다.
그래도 ‘바로 지금’에 희망이 있다
『오늘을 잡아라』의 마지막 부분에는 독특한 장면이 등장한다. 탬킨 박사에게 자신의 돈을 모두 사기당한 것을 알고 나서 그를 찾아 헤매던 토미는 우연히 장례 행렬에 끼어들게 되고, 어느 교회에 들어간다. 그리고 전혀 알지 못하는 낯선 시신 앞에 이르게 된 토미는 억눌렀던 감정이 폭발한 듯 울부짖기 시작한다. 물론 토미의 눈물은 억눌려 있던 절망과 불안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분출한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솔 벨로는 이 마지막 장면을 통해 그러한 슬픔보다 더 깊은 수준의 것을 암시하고 있다.
비록 자신에게 상처를 주는 현실이지만, 토미가 추구하는 바는 자아 중심적이 아닌, 보편적인 사랑, 곧 인간 공동체로서의 사랑이다. 그는 심지어 지하도를 걷고 있던 중 군중들 속에서 갑자기 인류애를 느끼기도 하는 인물이다. 그의 이러한 사랑은 교회 안에 안치된 낯선 시신 앞에 이르러 비로소 완전한 것이 된다. 『오늘을 잡아라』의 마지막 부분은 “그의 과거의 죄에 대한 속죄”와 “그의 진실한 영혼을 위한 새로운 삶”을 암시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솔 벨로, 인간과 일상에서 삶의 희망을 찾는 지적 성찰
『오늘을 잡아라』에서 솔 벨로가 좇는 토미의 일상은 단조롭다. 아침에 일어나서, 매점에서 신문 파는 남자와 잠깐 담소를 나누고, 아버지와 언쟁을 하고, 그나마 일거리라고 하나 있는 주식을 확인한다. 이 단조로움을 솔 벨로는 내적 독백, 시점의 변화, 삽입어구 등의 장치를 빈번하게 사용하며 담담하게 서술한다. 작가의 시선을 따라 토미의 일상을 지켜보던 독자는 결국, 마치 폭풍전야 같았던 그 단조로운 일상 후, 전 재산을 날려 버린 한 남자의 절망의 구렁텅이를 확인하게 된다. 담담한 시선을 통해 심오한 철학을 담아내는 솔 벨로의 비상함이 돋보인다.
1976년, 솔 벨로는 결국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기에 이른다. 스웨덴 한림원은 그의 작품이 “인간에 대한 이해와 현대 문화에 대한 섬세한 분석을 보여 준다.”고 평가했다. 뉴욕 대학교, 미네소타 대학교, 시카고 대학교 등 미국 여러 대학교에서 교수직을 맡았을 뿐 아니라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받은 학구적인 작가로서, 솔 벨로 특유의 지적인 섬세함은 이미 두말할 필요가 없는 사실이라 하고, 이 평가에서 무엇보다도 주목해야 할 점은 바로 솔 벨로가 인간에 대한 이해, 특히 동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의 내면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는 작가라는 점에 있다. 이 작품에서 토미는 분명 해결점을 찾지 못해 방황하지만, 끝끝내 인간적인 가치를 지키는 일, 다시 말해 작품에서도 언급되는 “진짜 영혼”을 가지는 것에 답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그를 통해 삶을 좀 더 긍정적으로 이끌고자 한다. “문학이란 인류 전체를 대변해야 하는 것”이라고 믿었던 솔 벨로. 그가 작품을 통해 그리고 있는 것은 ‘바로 지금’을 살아가는 고독한 현대인의 모습이지만, 비관적인 분위기에서 머물지 않고 해학적인 시선으로 삶의 희망을 전달하고자 했다. 솔 벨로가 『오늘을 잡아라』를 통해 주장하는 인간과 일상에 대한 사랑, 그리고 진짜 영혼에 대한 추구는, 그가 생전에 가졌던 한 인터뷰를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영혼의 결을 따라가는 것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그것을 발견하기는 정말 어렵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의 바쁜 일상의 담벼락에 항상 새겨져 있다.
그리고 우리의 심연에서 항상 꿈틀거린다.
그것은 늘 우리와 같이 있다.
나는 그것을 그리려고 노력할 뿐이다.“
– 솔 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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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해설ㆍ201
작가 연보ㆍ213
독자 평점
3.5
북클럽회원 2명의 평가
도서 | 제목 | 댓글 | 작성자 | 날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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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고민을 감추는 것으로 말하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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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ostein | 2019.5.1 | |||
carpe di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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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대 | 2015.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