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계나는 요즘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 청년 그 자체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 생활하며 사귀는 남자 친구와 결혼을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한국을 벗어나 좀 더 여유롭게 살고 싶어하는 평범한 청년이자 과거의 나였다. 겁이 많고 귀찮아서 현실에 타협하고 안주하기로 결정했던 나와 달리 계나는 한국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과감하게 호주로 떠난다. 처음에는 한국에서보다도 더 못한 생활 환경과 어려운 상황 속에서 지내지만 악착같이 공부해서 이내 시민권도 취득하고 호주 회사에 들어가 회계 업무를 담당하기에 이른다. 여기까지 왔으면 이미 행복해야 맞는 것 같은데 계나는 그렇지 않았나 보다. “난 이제부터 진짜 행복해질 거야,”라고 결심하는 것으로 소설이 끝나기 때문이다.
“한국 사람들이 대부분 이렇지 않나. (…) 자기 행복이 아닌 남의 불행을 원동력 삼아 하루하루를 버티는 거야.”
비교당하지 않고 사람답게 살고 싶어 한국을 떠났으면서도 이국 땅에서 조차 인종과 학벌, 능력과 재력을 비교하며 자발적으로 불행의 길을 걷는 한국 청년의 모습이 참으로 안쓰럽다. 나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면서 여전히 불쑥불쑥 사회가 정해준 잣대로 남을 판단하고 평가하는 순간이 부끄럽다. 남들이 어느 대학을 나오고, 돈을 얼마나 벌고, 어디에 살고, 무슨 일을 하는지가 도대체 뭐가 그리 중요하단 말인가. 본문에도 나왔듯이 “내가 뭘 하고 싶으냐가 중요한거지.”
톰슨가젤끼리 연대를 이뤄 사자와 싸우지 말고 톰슨가젤과 사자랑 연대해서 거대한 사육장을 부수고 나오라는 허희 문학평론가의 말이 아주 인상적이다. 한국에서 나고 자라며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그 한국식 마인드부터 부숴버려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