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정치를 하다

우리의 몫을 찾기 위해

장영은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21년 3월 8일 | ISBN 978-89-374-1375-9

패키지 반양장 · 46판 128x188mm · 252쪽 | 가격 15,000원

분야 논픽션

책소개

정치란 ‘몫 없는 이들의 몫’을 찾는 과정이다

어떻게,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정치할 것인가?

성취와 좌절의 순간을 쌓아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낸 여성 정치인 21명의 여정

편집자 리뷰

● 세상을 바꾼 여성 정치인 21명이 꿈꾸는 새로운 정치!
정치란 무엇인가? 식상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정작 쉽게 대답하기 어렵다. 2021년 3월 8일 ‘여성의 날’에 맞춰 출간된 『여성, 정치를 하다』는 다양한 배경과 이력을 가진 전 세계의 여성 정치인 21명의 삶을 통해 이 질문을 새롭게 던진다. 이 책의 여성들은 기존의 정치에 요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정치의 주체로 나선다. 여성이 하는 정치는 기존의 정치와 무엇이 다를까? 여성의 삶과 말과 글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 온 저자는 그들의 성취와 좌절을 톺아보며, 남성적 권력으로 이해되던 정치를 여성적 관점에서 재구성한다. 여성의 정치에 귀 기울일 때, 우리는 새로운 정치, 새로운 세상에 대한 실마리를 얻게 된다.
무엇을 위해, 어떻게, 누구를 위해 정치를 하는지 각기 다른 이유와 소명을 가진 여성들의 삶은 정치의 의미와 가능성을 무한히 확장한다. 여성의 역사는 교육 받을 권리와 투표할 권리, 자신의 몸에 일어나는 일을 스스로 통제할 권리, 정당한 자격에 따라 일할 권리 등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여러 권리를 빼앗긴 상태에서 매번 하나씩 투쟁을 통해 극복한 역사다. 이 책의 여성들은 전문 영역에서 최초의 여성이라는 수식어를 받기가 부지기수였고, 여자가 해낼 수 있겠냐며 자질을 의심 받았으며, 제 힘으로 이뤄낸 성취를 폄하 당했다. 그러나 이들은 실패 앞에서 그저 멈추지 않았고, 개인의 행보 하나하나는 그대로 세상의 변화를 의미하는 큰 꺾임으로 역사의 중요한 마디를 만들어 냈다. 실패할 것을 알면서도 가는 것, 그 이유는 자신이 내딛는 한 걸음이 새 길을 만들어 가는 초석임을 믿었기 때문이리라.

“나는 여성 정치인들의 성취와 좌절을 평가하기 위해 이 책을 쓰지 않았다. 나는 왜 한 여성이 패배할 것을 알면서도 정치에 뛰어들었는지 그 이유를 짐작해 보고 싶었다. 그들이 남긴 말과 차마 남길 수 없었던 말 사이의 간극을 조심스럽게나마 상상해 보고 싶었다. 동시에 극적으로 승리를 거둔 여성 정치인의 전략과 그들이 살았던 시대를 분석해 보고 싶었다. 이들의 도전으로 세상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무엇보다 우리는 지금 이곳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함께 생각해 보고 싶었다.”
―「프롤로그」에서

● 우리의 몫을 찾기 위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십은 무엇인가?
좋은 정치인이 되는 두 가지 재료는 책임감과 권력에 대한 의지다. 자신이 속한 사회에 대한 책임감은 정치를 시작하는 데 불을 붙이고, 권력에 대한 의지는 내면의 불꽃을 수백, 수천만의 마음으로 옮길 만큼 큰 불로 키운다. 자기 분야에서 성취를 이루고 권력을 잡은 이 여성들은 쏟아지는 의심과 시비 속에서 이 두 가지 미덕을 잊지 않는다. 필요하다면 기꺼이 싸운다. 앙겔라 메르켈은 정치를 시작한 이래, 싸움을 회피한 적이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치고받는 정치 싸움이 재미있었고 상대의 묘책을 눈치 챘을 때 기분이 좋았다.” 좋은 사람은 권력을 멀리한다는 도덕적 통념은 유독 여성에게만 더욱 강하게 작용하기도 한다. 케냐의 노벨 평화상 수상자 왕가리 마타이는 부패한 집권층을 정면 비판하며, 나무를 심는 환경 운동가에서 직업 정치인으로의 변신을 꾀한다. 타이완의 첫 여성 총통인 차이잉원은 선거 패배 후 자신을 정치인으로서 추동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결국 책임감에서 해답을 얻는다.

“나는 마치 권력이 본래 가질 만한 것이 못 된다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 싫습니다. 권력의 반대는 힘이 없는 것, 바로 무기력입니다. 실천에 옮길 수 없다면 좋은 아이디어라고 해도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앙겔라 메르켈, 권력 의지를 발견하다」에서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 나쁘다고 말하는 것은 그 상황을 오해하는 것이다. 왜 당신의 운명을 거짓말쟁이나 사기꾼의 손아귀에 맡겨야 할까?”
―「왕가리 마타이, 나무를 심으며 민주주의를 지키다」에서

차이잉원은 자신의 미래를 600만 명의 지지자들에게 맡겼다. “나에게는 나약해질 권리가 없었다. 내 마음대로 할 권리는 더더욱 없었다. 그들이 가라고 하면 나는 그 길을 가야만 했다.”
―「차이잉원, 나약해질 권리는 없다」에서

‘몫 없는 이들의 몫’을 찾는 과정이 바로 정치라면,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한 여성의 행보만큼이나 정치적인 것이 있을까? 첫 여성 장관, 첫 여성 총리, 첫 여성 대통령 등등 ‘처음’이라는 수식어를 가진 여성이 등장한 후의 세상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르다. 마거릿 대처는 카리스마와 집요함으로 직업 정치인인 여성이 거의 전무하던 시절 영국의 총리가 되었다. 영국은 말할 것도 없고 전 세계에 미친 그의 영향력은, ‘대처리즘’이라는 용어를 남겼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변화를 가져왔다. 매들린 올브라이트는 미국 건국 이래 최초의 여성 국무부 장관으로 임명되면서 그에 걸맞은 ‘자질’을 갖췄는지 끊임없이 공격받았다. 그러나 그는 공직자로서의 점수는 “가장 가혹하지만 가장 공정한 심판관인 역사가 매겨줄 것”이라는 신념으로 최선을 다했고, 북미관계를 지혜롭게 풀어낸 그의 외교는 역사에 길이 남았다.

마거릿 대처는 의회에 입성하면서부터, 더 정확하게는 옥스퍼드 시절부터 영국의 지도자가 되고 싶었다. 그녀는 더 이상 자기 자신의 욕망을 감추지 않기로 한다. 겁쟁이처럼 도망치는 남성 정치인들을 보면서 마거릿 대처는 “모든 것을 헌신”하기로 결심했다.
―「마거릿 대처, 피나는 노력으로 기회를 잡아라」에서

그는 기꺼이 “젊은 여성들을 위한” 역할 모델이 되었다. 여학생들에게 “당당하게 말해요!” “참견을 하세요!”라고 자주 말했다. “여성들이 정상에 올라선 뒤에 성공의 사다리를 치워버리지 말고 다른 사람들이 성공을 하도록 도와야 하는 것에 대해 열정을 갖고 역설했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누가 나의 자질을 판단하는가」에서

● 정치는 폭력이 아니라, 말과 설득을 통해 결정된다!
여성 정치인들이 가는 길은 무엇 하나 당연한 것 없고 쉽지 않았다. 1858년 태어난 에멀린 팽크허스트와 그의 동료들은 여성에게도 똑같은 한 표를 행사할 권리가 있음을 주장하며, 유리창을 깨고 도로에 몸을 묶고 달리는 말 앞에 몸을 내던졌다. 감옥에도 여러 차례 갇혔다. 1997년 태어난 말랄라 유사프자이는 열한 살의 나이에 여성이 등교하지 못하도록 교육권을 침해하는 탈레반을 직접 비판했다가, 보복성 테러로 가해진 총격에서 살아남았다. 인간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들을 당연하게 만들기 위한 투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들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 앞선 이의 등을 보며 힘을 얻고, 곁에 선 이의 손을 잡고 일어서며, 다음 세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

“대부분의 여성 노동자는 자신 말고도 다른 사람들을 먹여 살려야 한다. 그러니 어떻게 저축을 할 수 있겠는가?” 여성에겐 상원도 하원도 없기에 참정권 획득이 최우선 과제였다.
―「에멀린 팽크허스트, 여성도 돈과 권력을 추구할 수 있어야 한다」에서

“극단주의자들은 책과 펜을 두려워합니다. 교육이 그들을 겁먹게 합니다. 그들은 여성을 두려워합니다.”
―「말랄라 유사프자이, 열한 살에 정치를 시작하다」에서

이 책은 정치를 꼭 정당에 속한 직업 정치인으로서 활동하는 데 한정하지 않는다. 다양한 직업과 배경을 가진, 자신의 자리에서 각자의 방법으로 사회를 바꾸기 위해 노력한 이들의 삶도 훌륭한 정치의 예로 조명한다. 지금도 시위 현장에서 통기타를 메고 등장하여 노래를 부르곤 하는 포크 가수 존 바에즈는 1960년대 반문화의 상징으로 여겨진 이래 스스로 정치인인지 음악인인지 따져 본 적이 없다고 한다. ‘말괄량이 삐삐’ 시리즈로 잘 알려져 있는 세계적인 어린이문학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평생 지지해 온 스웨덴의 사회민주당이 집권당으로서 잘못된 판단과 정책을 시행하자, 망설이지 않고 비판하는 풍자 소설을 발표하여 사회적인 반향을 일으킨다. 독일의 미술가 케테 콜비츠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 아들과 손자를 잃는 절망을 겪었는데, 당대 나치에 대항하는 목소리를 모으는 일에 앞장섰으며 예술로 승화하여 전쟁이 무엇인지 그 의미를 영원히 남겼다.

“저는 정치적인 활동을 할 때 가장 행복해요. 음악은 두 번째입니다.” 순서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했다. 그에게 노래와 정치는 단 한 순간도 분리된 적 없었다.
―「존 바에즈, 나는 노래한다, 나는 싸운다」에서

“편안히 살면 안 될 까닭”을 묻는 이들에게 그녀는 1973년 『사자왕 형제의 모험』에서 분명한 답을 제시한 바 있다. “사람답게 살고 싶어서지. 그러지 않으면 쓰레기와 다를 게 없으니까.”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평생 지지한 정당을 과감하게 비판하다」에서

“전쟁에 관한 그림을 그릴 때, 전쟁이 계속해서 미친 듯이 질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내가 알고 있는데도 마음이 가벼워질 수 있단 말인가?”
―「케테 콜비츠, 씨앗들이 짓이겨져서는 안 된다」에서

저자는 이 세상을 바꾼 여성들이 남긴 말과 글을 자세히 분석하여, 정치란 총칼로 상징되는 폭력이 아니라 “말과 설득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것”이라는 한나 아렌트의 결론에 다다른다. 이들의 말과 글이 공허하지 않은 이유는 실천과 책임이 함께했기 때문이다. 보다 나은 세상을 꿈꾸는 가장 철저한 리얼리스트 21명의 삶의 궤적을 함께 따라가며, 우리는 진정한 낙관주의란 어떤 모습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지난 한 해 동안 코로나로 세상이 멈춘 것 같았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앞으로 걸어간 여성들이 분명 있었다. 2020년 12월,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은 2018년 인사에서 관리직 13명 가운데 69퍼센트인 11명을 여성으로 임명했다는 이유로 9만 유로의 벌금을 물게 되었다. 프랑스는 공공기관의 관리직에 특정한 성별이 60퍼센트 이상을 넘을 수 없도록 하는 성 평등 법안을 제정한 바 있다.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은 “기쁜 마음”으로 벌금을 내겠다고 밝혔다. 현재 프랑스 차기 대통령 후보로 부상 중인 안 이달고 시장은 여성들의 고위직 진출을 강조하고 있다. 세계 곳곳으로 그 물결이 퍼져 나가길 바란다. 세상을 바꾸기로 결심한 여성들의 행진을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본문에서

목차

프롤로그

1부: 누구를 위해
– 시몬 베유,
임신 중단 합법화를 이끌어내다
–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평생 지지한 정당을 과감하게 비판하다
– 에멀린 팽크허스트,
여성도 돈과 권력을 추구할 수 있어야 한다
– 로자 파크스,
악법은 폐지되어야 한다
– 엘리자베스 워런,
월스트리트의 보안관은 물러서지 않는다
– 미첼 바첼레트,
분노와 원한으로부터 칠레를 구해내다
– 말랄라 유사프자이,
열한 살에 정치를 시작하다

2부: 어떻게
– 앙겔라 메르켈,
권력 의지를 발견하다
– 존 바에즈,
나는 노래한다, 나는 싸운다
–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통계학으로 의료 개혁을 이끌다
– 미셸 오바마,
우리는 저마다의 이야기를 갖는다
– 오리아나 팔라치,
질문으로 권력을 깨뜨리다
– 매들린 올브라이트,
누가 나의 자질을 판단하는가
– 케테 콜비츠,
씨앗들이 짓이겨져서는 안 된다

3부: 무엇을 위해
– 차이잉원,
나약해질 권리는 없다
– 페트라 켈리,
새로운 정당으로 도약하다
– 헬렌 켈러,
나는 공정함을 원한다
– 마거릿 대처,
피나는 노력으로 기회를 잡아라
– 멜리나 메르쿠리,
문화와 예술로 총에 맞서다
– 왕가리 마타이,
나무를 심으며 민주주의를 지키다
– 시린 에바디,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에필로그
참고문헌 및 도판 출처

작가 소개

장영은

문학 연구자. 여성들이 글을 쓰며 자기 자신을 어떻게 이야기했는지 분석하는 일에 관심이 많다. 자서전, 회고록, 일기, 편지, 기행문, 연설문, 소설, 대담 등 다양한 양식의 자기 서사에 주목하고 있다.

『나혜석, 글 쓰는 여자의 탄생』을 엮었고,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 『여성, 정치를 하다』, 『변신하는 여자들』을 썼고, 『문학을 부수는 문학들』, 『촛불의 눈으로 3·1운동을 보다』를 함께 썼다. 성균관대학교에서 여성 문학과 비교 문학을 강의하고 있다. 일, 공부, 글쓰기로 세상을 바꿔 나가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차근차근 모아 널리 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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