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를 기다리며’ 라는 제목은 참 오래전부터 들어왔다.
제목도 난해하고, ‘고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도 안되고,
극장가에서 자주 올라오는 연극이라고 하니 더더욱 어려울 것 같은 선입견이 있었다.
그래서 많이 들어봤음에도 불구하고, 선뜻 손이 가지 않던 책이였다.
결국 ‘고도’가 무엇인지는 다 읽고도 명확하지 않다.
이 책에서는 인물로 표현되고 있기는 하지만
정말 ‘인물 일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마치 열린 결말처럼 각자의 생각에 맡기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두 주인공이 열심히 고도를 기다리지만 끝끝내 나타나지 않는다.
희곡으로 씌여진 책이라 그 분위기를 상상해보면서 읽는 재미가 있다.
고도를 열심히 기다리는 그들은 서로 동문서답하는 대화를 하기도 하고,
알 수 없는 행동들을 하기도 하고,
자칫 문맥적으로 이해가 잘 안되기도 하는 말도 안되는 말들을 하기도 한다.
하물며 가끔은 고도를 기다린다는 사실도 잊어버린다.
처음에는 제목 자체에 깊이 박혀서 ‘고도가 뭘까?’, ‘고도가 오나, 안오나’ 쪽으로 초점이 맞춰졌는데
읽을수록 웃게되는 그들의 대화에 빠지게되고,
어느새 기다리는 고도보다는 그들의 현실에 더 초점이 맞춰졌다.
이제 다시 이 책의 큰 그림인 ‘고도’를 생각해볼 수 밖에 없다.
현실같기도 하고, 죽음 같기도 하고, 순간 같기도 하고, 꿈 같기도 하다.
아마 각자가 언제 올지도 모를 그 ‘고도’를 기다리며 인생을 살고 있는거라고 이해하려한다.
이렇게 책을 읽고나니 언젠가 연극을 한 번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과연 두 주인공은 어느 배우가 맡게 될지,
연극에서 주는 ‘고도’는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그리고 또 언젠가 나중에 이 책을 다시 한 번 펼쳐보고 싶다.
그때는 또 ‘고도’가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