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IF 디자인 어워드 수상!
집 안 어디든 걸어 놓고 읽을 수 있는
‘워터프루프북’ 시즌3
젖지 않는 종이로 만들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읽을 수 있는 민음사 ‘워터프루프북’ 세 번째 시리즈가 출간되었다. 2018년『82년생 김지영』 『한국이 싫어서』 등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로 첫 선을 보인 워터프루프북은 지난해 메리 셸리, 조지 엘리엇 등 여성 작가들의 고딕 소설로 독자들을 찾아갔다. 두 차례에 걸쳐 출시된 워터프루프북은 ‘휴양지에 들고 가기 가장 좋은 책’으로 인기를 끌었고, SNS에 계곡, 바다 등 휴양지에서 찍은 인증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다. 독자들 사이의 인기를 반영하듯, 워터프루프북은 올해 “사용자를 위한 디자인으로 활용도를 높였다”는 평을 받으며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로 꼽히는 IF 디자인 어워드 ‘2020 커뮤니케이션 부분’ 본상을 수상했다.
워터프루프북 세 번째 시리즈는 ‘The 짧은 소설’ 3종이다. ‘시스터후드’, ‘모바일 리얼리티’, ‘괴담’의 세 키워드 아래 김세희, 김초엽, 이장욱, 정세랑 등 34명의 작가들이 개성 있는 ‘더 짧은 소설’을 선보인다. 지난 4년간 《릿터》에 발표된 플래시픽션 가운데 ‘여성’ 키워드의 작품을 선별해 『The 짧은 소설1: 시스터후드』를 구성했고, ‘모바일 환경’, ‘기술 변화’ 키워드의 작품을 꼽아『The 짧은 소설2: 모바일 리얼리티』를 엮었다. 『The 짧은 소설3: 괴담』에는 여름에 읽기 좋은 신작 공포 소설 12편이 실렸다. 집 안에서의 짧은 휴식 시간에, 집안일을 하는 틈새 시간에 읽을 수 있는 ‘더 짧은 소설’ 36편은 올여름 휴양지에서뿐 아니라 집 안에서도 독자들과 함께할 것이다.
모바일과 실제가 결합한 새로운 현실, 모바일 리얼리티
『The 짧은 소설』의 두 번째 키워드는 ‘모바일 리얼리티’다. 모바일과 실제가 혼합된 새로운 현실, 기술 변화로 인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현실을 지칭하는 ‘모바일 리얼리티’를 주제로 한 『The 짧은 소설2: 모바일 리얼리티』는 모바일 환경이 현실에 끼어들어 실제와 구분할 수 없게 되는 순간들을 포착한다.
쉴 새 없이 말들이 오가는 SNS에서는 인증과 해명, 에고서핑, 폭로와 사칭이 실시간으로 일어난다. 스마트폰이 몸의 일부가 되어 버린 현대인이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는 소셜 미디어 공간의 에피소드들을 정세랑의 「폭로―M」, 김세희의 「사칭―크리에이티브」를 포함한 5편의 소설들이 생생하게 보여 준다. 키즈 유튜버의 시선으로 쓰인 김혜지의「지아튜브」는 초등학생의 장래 희망 3위가 ‘크리에이터’인 시대에 아이와 SNS의 관계를 생각해 보게 한다. 김소연의 「스마트워치」, 최민우의 「돌잡이」등 SF 작가들의 소설은 편리한 도구였던 스마트 기계와 인공지능이 거꾸로 인간을 구속하는 세계를 그려 낸다. 쉽게 웃어넘길 수 없는 디스토피아가 SF적 상상력으로 펼쳐진다.
■ 본문에서
그는 내 친구다. 내 친구가 허튼소리를 했다. 팔로워 2만 명이 넘는 그의 계정에서. 수습할 수 없는 지경이다. 오프라인 지인들과 서로의 유대감을 확인하는 과정을 몇 번이나 거친 후에야 팔로잉 관계를 맺는 자물쇠 계정이나 운영하는 나로선 그 용기가 놀라울 따름이다. 나는 단둘이 커피라도 마셔 본 후, 그와 내가 연애관, 정치관, 종교관, 가족관 등의 가치관을 적당히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해야만 친구를 맺는다. 동성이든 이성이든. 만약 트위터에 “동양 원숭이들 주제에 백인 남성의 승리에 몰입하지 마.”라고 뇌까렸는데, 그 말을 불편해하는 동양 원숭이가 있다면 어찌할 것인가?
―「에고서핑 ― 열혈, 배틀, 해피엔딩」에서
리지는 침대에 모로 누워 자신의 눈을 만져 보았다.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다. 기계이기 때문에 감염 위험도 없다. 하루 한 번 세척액으로 잘 닦아 주면 그만이다. 기계 눈은 많은 경우 인간의 눈보다 편리하다. 어쩌면 인류는 이제 사이보그를 긍정하는 것을 넘어서서 사이보그를 찬양해야 할는지도 모른다. 기계 신체는 유기체보다 더 아름답고 더 기능적이며 더 강하지 않은가.
―「#cyborg_positive」에서
영수에게 갑작스레 불안이 닥쳤다. 정말로 유전자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면? 하지만 확률 문제라잖은가? 그렇다면 별일이 있든 없든 내 책임은 아닌 거 아닌가? 아니면 내 몸이니까 내 책임인 걸까? 그런데 유전자가 ‘내’ 몸일까? 어쩌면 이제부터는 계속 이런 기분으로 살아야 할지 모른다. 알면서도 모르는 기분. 걸리지도 않은 질병에서 살아남은 기분.
―「돌잡이」에서
■ 목차
인증 ― 살아 있다고 말해야 해(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7
해명 ― 사과라면 할 만큼 한 것 같은데요 11
에고서핑 ― 열혈, 배틀, 해피엔딩 15
폭로 ― M 19
사칭 ― 크리에이티브 24
모바일 청첩장은 신중하게 29
지아튜브 34
크리스마스 선물 41
돌잡이 45
스마트워치 50
#cyborg_positive 55
귀엽고 무해한 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