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소년소녀 문고판으로 나온 검은 고양이 이야기 부터 떠올릴 수 있는 포의 단쳔선 모음. 사실 아이들 이야기라기엔 12 금이 충분한 고양이의 시체등등 의 내용과 음산한 분위기가 내가 엄마라면 나중에 보라고 했을 책이다. 이런 이야기를 말투만 쉽게 해서 아이들 책으로 펴내는 빈곤한 컨텐츠의 시절이 안스럽다.
이제 내게 포의 이야기는 비오는 주말 아침에 몸은 찌뿌둥하고 기상했으나 잠옷바지 차림으로 도로 이불 속에 파고들고 싶은 날의 버젓한 핑계이다. 핫쵸코 한잔 넉넉히 담아들고 과자봉지 껴안고 포 단편선을 꺼내들고 다시 침대로 기어들어갈때의 의기양양함은 어쩔것인지. 이불뒤집어쓰고 베게를 가슴에 끌어안고서 책을 펴들면 준비끝! 이제 적당한 순간에 ( 여동생의 기괴한 몰골이 나타나던가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리는 대목에서) 천둥번개만 받쳐주면 금상첨화다. 티비에서 기어나오는 일본귀신이나 교복입은 한국 여고생 귀신이나 도끼 혹은 전기톱 들고 쫒아오는 살인마나 심지어 다리 여럿 달린 외계괴물도 명함을 못 내미는 공포와 서스펜스의 운영자급 레벨이여.
난파한 배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생존자가 만난 유령선, 불타는 저택의 기괴한 몰골의 여동생 등장, 벽속에서 들리는 고양이인지 여자인지의 울음소리… 다 어느어느 영화나 티비 혹은 책등에서 클리쉐하게 사용된 장면이다. 이들의 저작권자가 애드거 알렌 포다. 요즘 아이돌들이 옛 가수의 곡을 커버하듯이 수많은 문화컨텐츠가 특히 스릴러와 호러파트는 포의 그늘아래 그의 검증된 디테일을 변주하고 오마쥬하고 있는반면 포가 생계에 찌들어 어린 조카뻘 친척과 결혼하고 생활고에 뤄로워 했다는 사실이 마음에 남는다.후세가 마구 퍼쓰는 컨텐츠의 저작권 일부만이라도 시공간을 뛰어넘어 가져다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