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시절 나 또한 인희처럼 머리가 짧았다.
나는 머리가 짧다는 이유로 선배들과 선생님들의 눈초리를 받았다.
다행스럽게도 (?) 나를 향한 눈초리들은 마냥 날카롭지만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내가 중학생일 땐, 성 정체성이란 단어는 생소함의 전부였다.
소설 속 내용과는 달리 나는 여중이 아닌 남녀공학을 다녔지만,
그 시절 우리는 남자의 존재 여부와 상관없이 우정과 사랑의 경계선이 뚜렷하지 않았다.
그랬기에 우리는 섣불리 여자를 사랑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항구의 사랑’이란 책을 읽으며 회상해보니, 사랑이었다고 단언한다.
그리고 지금 그 때의 감정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걸 느낀다.
누구에게도 전하지 못한 내 15살 가장 순수했던 사랑의 감정이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