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원제 Первая любовь

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 | 옮김 이항재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03년 7월 5일 | ISBN 978-89-374-6080-7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30x225 · 476쪽 | 가격 12,000원

책소개

러시아 문학의 거장 투르게네프의 대표작

사랑의 가수 투르게네프가 그린 첫사랑을 위한 불멸의 서사시



▶ 사랑은 죽음보다도, 죽음의 공포보다도 강하다. 우리는 오직 사랑에 의해서만 인생을 버티어 나가며 전진을 계속하는 것이다. -투르게네프

▶ 투르게네프의 사랑은 여름날 짧게 지나가는 회오리바람이나 폭풍우와도 같이 그의 독자들을 휩쓸고 변화시킨다. -프리쳇(영국 평론가)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와 함께 러시아 문학의 3대 거장으로 손꼽히는 투르게네프의 대표작. 한 여자를 사이에 둔 아버지와 아들의 삼각관계를 투르게네프 특유의 부드럽고 섬세한 필치로 그려 내고 있으며, 등장인물들의 탁월한 심리 및 성격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첫사랑」 외에도 1840년대 모순과 갈등으로 혼란한 러시아 사회에서 방황하는 귀족 출신 젊은이들의 사랑과 좌절을 그린 「귀족의 보금자리」, 벙어리이자 귀머거리 농노와 그가 사랑한 강아지에 대한 감동적인 이야기 「무무」가 함께 수록되어 있다.

평생 한 여성을 짝사랑하며 독신으로 인생을 마감한 작가 투르게네프

투르게네프가 내무부에서 일하던 시절 프랑스의 오페라 가수 폴리나 비아르도와의 만남과 사랑은 그의 삶을 뒤흔들어 놓았다. 투르게네프는 그녀와 만난 1843년 11월 1일을 ‘성스러운 날’이라고 부른다. 당시 그녀는 이미 결혼한 여자였고 그녀 남편 루이 비아르도는 문학 애호가로 곧 투르게네프와 친구가 되었다. 그들 셋은 서로의 집을 방문하고 종종 함께 살면서 사랑과 우정을 나누었는데, 이들의 이상한 동거와 삼각관계에 대해 근거 없는 무성한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투르게네프가 하녀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딸 팔레게야를 폴리나로 개명하여 비아르도 부부에게 맡길 정도로 그들의 우정과 신뢰는 매우 돈독했다. 진정으로 예술을 사랑했던 투르게네프는 무엇보다 폴리나의 음악적 재능의 포로이자 숭배자였으며, 그녀를 향한 그의 사랑은 마치 아름다운 여인에 대한 성스러운 숭배를 간직한 중세 기사들의 사랑과도 같았다. 그것은 아름다움, 즉 예술에 대한 믿음이자 신앙이기도 했다. 투르게네프는 죽을 때까지 폴리나를 향한 일편단심의 사랑을 간직하고 그녀 주변을 맴돌다가 사랑하는 연인이 태어난 땅 프랑스의 부기발에서 폴리나가 지켜보는 가운데 죽음을 맞이하였다. 그의 작품 곳곳에서 정열적이고 순간적인 사랑의 비극성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평생 한 여자만을 바라보고 살았던 작가 자신의 깊은 우수를 말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첫사랑 –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사랑의 행복과 상처에 관한 이야기 

투르게네프가 ‘「첫사랑」은 창작이 아니라 나의 과거’라고 말했을 정도로 이 작품은 자전적인 요소를 많이 내포하고 있다. 등장인물은 작가와 주위 사람들을 거의 그대로 형상화했고 여기 그려지는 사건 역시 실제 사건을 기초로 했다고 하니, 투르게네프는 젊은 날의 아픈 추억을 우리에게 솔직하게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열여섯 살의 주인공 블라지미르는 이웃에 사는 가난한 공작 부인의 딸 스물한 살의 지나이다에게 홀딱 반한다. 지나이다는 개성이 강하고 적극적인 처녀로 자신을 숭배하는 뭇 남성들을 휘어잡아 자신에게 복종하도록 한다. 블라지미르는 그녀 마음에 들고자 온갖 노력을 기울이지만 그녀는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 어느 날 그는 그녀의 애인이 따로 있다는 소리를 듣고는 야심한 밤에 칼을 품고 정원에서 연적을 기다린다. 그러나 뜻밖에도 그 연적이 자신의 아버지임을 발견하고 큰 충격에 휩싸인다. 자신의 미래가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지나이다의 모습에서 블라지미르는 사랑의 신비와 공포를 느끼고 비로소 첫사랑의 열병에서 벗어난다.이 작품에서 독자는 투르게네프의 깊은 사랑 철학과 탁월한 성격 묘사를 볼 수 있다. 사랑은 불가항력적이고 맹목적인 힘으로 사람을 지배하고 사람에게 행복보다는 깊은 상처를 남기지만 그 누구도 독을 지닌 사랑의 행복과 그 상처를 피할 수가 없다, 사랑은 우연하고도 찰나적이며 인간의 정신적 육체적 성숙 과정에 영원한 영향을 준다는 그의 철학은 작품의 밑바탕을 이룬다. 더불어 모든 면에서 주변 사람들을 압도하고 뭇 남성들을 지배하면서도 한 남자에게 지배당하는 여인, 정열적이고 모순적인 지나이다의 형상이 여성 심리 묘사의 달인 투르게네프의 섬세한 펜 끝에서 생생한 빛을 발하고 있다. 사랑을 위해 4미터 담장 위에서 뛰어내리는 블라지미르의 무모함, 남자다움을 보여주기 위한 어처구니없는 행동, 나이프를 들고 깜깜한 정원에서 연적을 기다리는 블라지미르의 심리 역시 더할 나위 없이 섬세하게 그려진다.한 여자를 사이에 둔 아버지와 아들의 삼각관계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배경으로 한 속류 멜로드라마로 변질되지 않고, 오히려 주인공 블라지미르로 하여금 첫사랑의 미혹에서 벗어나 성숙으로 나아가게 하는 계기가 되는 것도 사랑의 가수 투르게네프다운 설정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첫사랑이 깨지는 지점에서 주인공은 사랑의 모순과 본질을 깨닫고 비로소 사랑의 열병에서 회복된다.“내 아들아, 여인의 사랑을 두려워해라. 그 행복, 그 독을 두려워해라……”아버지가 죽음 직전에 아들에게 남긴 이 말은 투르게네프가 독자에게 주는 사랑의 잠언인 것이다.

귀족의 보금자리 – 시대가 낳은 개인의 비극과 다음 세대를 향한 희망 

여러 사상이 충돌하며 모순과 갈등으로 혼란에 빠진 러시아의 현실에 직면하여 ‘누구의 죄인가?’,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늘 고민했던 투르게네프는 「귀족의 보금자리」에서 두 다리를 러시아 대지에 뿌리박고 있는 애국주의자이자 슬라브주의적 이상주의자인 주인공 라브레츠키의 사랑과 좌절을 통해 1840년대 귀족 출신 슬라브주의적 이상주의자들의 사회, 역사적 활동과 그 의미를 캐묻고 있다.

 

소설은 1842년 봄 라브레츠키의 갑작스러운 귀환으로 시작된다. 그는 파리에서 아내의 부정을 우연히 알게 된 후 아내를 남겨두고 혼자 고향으로 돌아온 것이다. 고향에서 그는 영지를 돌보며 민중의 생활과 고초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이따금 사촌 누이 칼리티나를 방문하면서 그녀의 딸 리자와 차츰 가까워진다. 어느 날 라브레츠키는 아내의 사망 소식을 듣고 리자와의 사랑의 가능성을 예감한다. 신앙심이 돈독한 리자는 처음엔 주저하지만 마침내 그와 사랑에 빠진다. 이때 죽었다던 아내가 갑자기 찾아와 용서해 달라고 애원하며 그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그들은 사랑을 포기하게 된다. 라브레츠키는 아내를 책임지며 독신으로 살아가고 리자는 수녀가 된다. 몇 년 후 라브레츠키는 칼리티나의 집을 방문하여 ‘귀족의 보금자리’를 지키고 있는 새로운 인물들을 만나, 새로운 사상과 신념에 몸을 바친 자기 세대의 한계를 인식하고 다음 세대에 희망을 건다.

 

이 작품에서 주인공 라브레츠키는 조국의 자연을 사랑하고 농민의 생활 상태에도 신경을 쓰면서 이성과 자유와 개혁을 지향하는 1830, 1840년대 이상주의자들의 특성을 지닌 ‘슬라브주의적 이상주의자’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낡은 농노제 하의 러시아 사회에서 직접 땅을 갈며 민중과 가까워지려는 라브레츠키를 통해 투르게네프는 당시 귀족 출신 지식인의 운명과 역할의 문제를 이론과 말이 아닌 현실적인 활동과의 관계 속에서 제기한다.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형식적인 도덕, 윤리적 규범이 지배하는 현실을 극복하지 못하는 라브레츠키와 리자의 모습에서 아직 실천적인 삶을 살 수 없고 개인의 행복을 누릴 수도 없는 그들 세대의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주인공들은 사회의 관습과 잘못 이해된 종교적, 도덕적 의무를 뛰어넘지 못하고 주어진 현실에 순종하며 그 나름의 길을 찾아간다. 대중적 진실을 인정하고 그 앞에서 순종하려고 노력하는 라브레츠키와 도덕적 의무에 충실하기 위해 수도원에 들어가는 리자의 자기희생적인 삶은 그리하여 개인의 비극이자 시대의 비극으로 읽힌다. 그러나 투르게네프는 라브레츠키 세대가 물러간 후에도 여전히 부서지지 않고 남아 다음 세대를 품고 있는 귀족의 보금자리에서 라브레츠키와 리자가 극복하지 못한 사회의 위선과 어둠을 뚫고 새로운 행복과 새로운 세계를 맞이할 다음 세대를 예고하며 그들에게서 희망을 발견한다. 고민하고 투쟁한 것은 라브레츠키 세대지만 구시대의 한계를 넘어 실천적인 삶을 살며 진정한 개인의 행복을 찾는 일은 다음 세대의 몫인 것이다. 그러므로 이 소설의 에필로그에서 젊은 세대에게 보내는 라브레츠키의 마지막 호소는 의미심장하다.

뛰놀고 기뻐하고 자라거라, 젊은 힘들이여. 인생이 그대들 앞에 있고 그대들은 더 쉽게 살아가리라. 그대들은 우리처럼 어둠 속에서 자기의 길을 찾으며, 싸우고 쓰러지며 일어설 필요가 없으리라. 우리는 무사히 살아남는 일을 걱정했지만-그러나 우리 중에 무사히 살아남지 못한 사람이 얼마나 많았던가!-그대들은 사업을 하고 일을 해야만 하리니, 우리네 늙은이의 축복이 그대들과 함께 있으리라.

무무 – 고통받는 농노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아름다운 이야기 

「무무」에는 변덕스러운 여지주로 대표되는 비인간적인 농노 제도에 대한 증오와 주인공 게라심 같은 농노를 향한 따스한 휴머니즘이 가득하다. 세탁부 타티야나를 향한 게라심의 애틋한 첫사랑은 늙은 여지주의 변덕과 횡포로 결실을 맺지 못한다. 게라심은 타티야나를 떠나보내고 그 대신 불쌍한 강아지 무무를 거두어 보살피고 애정을 쏟지만 여지주는 그것마저도 허락하지 않고 결국 무무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 여기서 보이는 변덕스럽고 무자비한 여지주의 성격은 바로 농노 제도가 만들어낸 기형적이고 비인간적인 모습이다. 반면에 언제나 진실하고 당당한 게라심의 모습에서 독자는 전설에 등장하는 거인의 풍모를 느낄 수 있다. 벙어리 게라심 앞에서 사지가 멀쩡한 여지주, 식객, 하인장은 오히려 정신적 불구자요 초라하기 그지없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농노 제도의 부정적 측면을 조용한 목소리로 비판하고 비참한 농노들에 대한 한없는 연민과 사랑을 불러일으킨 「무무」는 그의 다른 작품 『사냥꾼의 수기』와 함께 알렉산드르 2세가 농노 제도 폐지를 결심하는 데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일찍이 영국 작가 존 골즈워디는 「무무」를 19세기 세계 문학에서 가장 감동적인 이야기라고 극찬한 바 있다. 지금도 러시아의 초, 중학교 교과서에 실려 있는 이 작품은 학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으며 연극과 영화로도 제작되어 많은 이에게 진한 감동은 주고 있다.

목차

첫사랑귀족의 보금자리무무
작품 해설작가 연보

작가 소개

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

1818년 11월 9일 러시아의 오룔에서 부유한 지주의 아들로 태어났다. 1833년 모스크바 대학교 어문학과에 입학하고 다음 해에 페테르부르그 대학교 철학과로 옮겼다. 졸업 후 1838년 베를린 대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독일로 건너가 그곳에서 다른 서구주의자들과 친분을 맺었다. 1841년 고향으로 돌아와 잠시 내무부의 관료로 일했으나, 비평가 벨린스키를 만나게 되면서 내무성을 그만두고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1861년 파리로 떠난 이후 생애의 대부분을 외국에서 보내며 활발한 문예 활동을 하였고 1883년 프랑스의 부기발에서 죽음을 맞이하였다. 작품으로는 『사냥꾼의 수기』, 『루딘』, 『귀족의 보금자리』, 『아버지와 아들』 등의 장편과 「여단장」, 「불행한 여인」, 「초원의 리어 왕」 등과 같은 중단편이 있다.

이항재 옮김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고려대학교 강사, 고리키 세계 문학 연구소 연구 교수, 한국 러시아 문학회 총무 이사 및 부회장을 지내고 현재 단국대학교 노어노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투르게네프 : 사냥꾼의 눈, 시인의 마음』, 『소설의 정치학 : 투르게네프 소설 연구』 등의 저서와 『러시아 문학사』, 『러시아 문학 비평사』, 『첫사랑』, 『숄로호프 단편선』 등의 역서, 러시아 문학에 관한 많은 논문이 있다.

독자 리뷰(6)

독자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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