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한 도시를 인수하고, 하나의 “도시국가”처럼 형성되었다. 그곳에는 “타운”이라는 곳이 존재하고, 경제력과 전문적인 능력을 갖춘 주민권을 가진 사람, 주민권은 없지만 간단한 심사를 통해 체류권을 가진 사람, 그리고 주민권과 체류권 어느쪽도 가지지 못한 “사하맨션”에 사는 “사하”라는 사람이 존재한다.
외부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사하맨션”을 찾아 들어온 남매이야기가 큰 축을 이루는 듯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아이를 낳다가 죽은 사람도 있고, 외부에서 아이 낳는 것을 도와주다가 아이가 죽어서 이곳으로 온 사람도 있고, 여기서 태어난 아이도 있는 등 “사하맨션”안에서 공동체로 딱 그 정도로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제각각인 사연들이 하나같이 어찌나 답답하고, 음울한지 전체적인 공기마저 음울하다. 그곳의 사람들은 무엇인가를 더 바라지도 않고, 고인물처럼 그들끼리의 생활을 해나간다. 타운 사람들에게 혹은 외부사람들에게 무시당하고, 소외당한다. 지금의 우리나라 사회의 모습을 고스란히 축소시켜놓은 모습에 안타깝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했다.
사회의 여러가지 모습을 너무 많이 담으려고 했던 것 같아서 나중에는 이야기의 흐름이 조금 난해한 느낌이 들기도 했고, 상상속의 공간이라지만 처음의 공감대 형성과는 달리 조금은 이질감이 생기기도 했다. 가독성은 분명 좋은데, 모호한 분위기가 조금 아쉬웠던 것 같다.
“사하맨션” 사람들은 그 우물에서 나오고 싶었던 거겠지? 진짜 제대로 한 번 살아보고 싶었던 거겠지? 그렇게 조금씩 올라가면 언젠가는 그 울타리를 벗어날 수 있을까? 지금 사회의 모습은 여전히 그렇지 않을 것 같다.
우리는 누굴까. 본국 사람도 아니고 타운 사람도 아닌 우리는 누굴까. 우리가 이렇게 열심히 성실히 하루하루를 살아가면 뭐가 달라지지? 누가 알지? 누가, 나를, 용서해 주지?
살아만 있는 거 말고 제대로 살고 싶어. 제대로 사는 일. 어쩌면 내 혼란과 의문의 맥락도 이것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