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문고리를 돌리자 문은 그의 뜻에 따라 스르르 열리더니, 갑작스럽게 바람이 불어와 문을 활짝 열고는 크게 한숨 쉬듯이 가장 바깥쪽 현관부터 시작해 새집의 통로와 방을 구석구석 쓸며 지나갔다. 바람은 귀부인들의 실크 드레스를 펄럭이고 신사들의 가발의 긴 곱슬머리를 일렁이게 하고는 침실의 창문 걸개와 커튼을 흔드는 등 어디에서나 특이한 살랑거림을 일으키면서도 오히려 숨죽인 침묵처럼 느껴졌다. 무엇인지, 혹은 무엇 때문이지 아무도 알지 못한 채 경이감과 얼마간 무시무시한 예감의 그림자가 거기 모인 사람들에게 갑자기 드리웠다. 24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