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조지 오웰이 쓴 책 중에서 가장 강렬한 느낌을 주는 책은 1984라고 생각한다. 우울하고 감시당하는 듯한 축축한 스미스의 방, 광기에 휩쌓이고 선동 당하는 주변 사람들, 답답하고 모순으로 가득한 자신의 업무, 가끔 심장을 조이며 조심히 쓰지만 해방감을 선사해주는 일기 쓰는 행위, 처음에는 자신을 감시하러온 여성인 줄 알았으나 연인이 된 줄리아와의 일탈. 소설이 주는 이미지가 매우 강렬하다. 하지만 나에게 가장 인상적이고 오랜시간 여운을 준 부분은 다름 아닌 신어에 대한 부분이었다. 사피어 워프 가설 그러니까 언어가 사고를 지배한다는 가설을 개인적으로 매료되어있다는 이유때문이었다. 사람들의 사고를 간단하게 만들어 지배당하기 쉽게 만들겠다는 목표로 언어의 가지수를 줄이고 빅브라더에게 용이한 단어들만 남긴다. 무섭고도 그럴 듯한 설명이었기에 신어를 설명하는 부분을 1984에서 가장 좋아한다. 사실 사피어 워프 가설의 특성이 더 잘 드러나는 작품은 화씨 451이다. 그래서 1984를 읽었다는 사람을 만나곤 하면 신어 파트는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보고 신어 파트가 소름돋았다고 말하면 항상 화씨 451을 추천했다. 조지 오웰이 상상한 전체주의로 잠식한 미래의 모습을 가장 정밀하게 묘사하고 있는 작품이 1984라고 생각한다. 지금에 와서는 너무 과장된 표현 아닌가 싶지만 조지 오웰은 자신의 글 실력으로 그것을 작품 내에서 독자들에게 충분히 설득하고 있다. 1984가 조지오웰이 쓴 책 중에서도 상당히 후기 작품이라는 것을 감안했을때 -가장 마지막 책은 아니라는 건 알지만- 조지 오웰이 갑작스레 떠난 게 항상 아쉬울 따름이다. 1984를 읽을 때마다 그의 다음 작품은 얼마나 더 강렬했을지 아쉬워하는 것밖에 할 수 없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