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억을 어딘가에 잘 감추었다 해도, 깊은 곳에 잘 가라앉혔다 해도, 거기서 비롯한 역사를 지울 수는 없어. (p.51)
-
요리사는 웨이터를 증오하고, 그 둘은 손님을 증오한다. 아널드 웨스커의 [부엌]이라는 희곡에 나오는 말이에요. 자유를 빼앗긴 인간은 반드시 누군가를 증오하게 되죠.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나는 그런 삶은 싫어요. (p.83)
-
우리는 기본적으로 서로에게 무관심한 시대를 살면서도 이렇게 다른 사람에 대한 대량의 정보에 둘러싸여 있어. 마음만 먹으면 그런 정보를 간단히 살펴볼 수 있는 거야. 그러면서도 우리는 다른 사람에 대해 사실은 거의 아무것도 몰라. (p.167)
-
기억을 감출 수는 있어도 역사를 바꿀 수는 없어. (p.230)
-
“이 부근에 수영장 없나요?” 종업원은 미간을 찌푸리고 생각해보더니 정중하게 고개를 저었다. 꼭 국가의 잘못된 역사를 사과하듯이. “죄송하지만 이 부근에는 수영장이 없습니다.” (p.310)
- 사람의 마음과 사람의 마음은 조화만으로 이어진 것이 아니다. 오히려 상처와 상처로 깊이 연결된 것이다. 아픔과 아픔으로 나약함과 나약함으로 이어진다. 비통한 절규를 내포하지 않은 고요는 없으며 땅 위에 피 흘리지 않는 용서는 없고, 가슴 아픈 상실을 통과하지 않는 수용은 없다. 그것이 진정한 조화의 근저에 있는 것이다. (p.363)
-
아마도 나한테는 나라는 게 없기 때문에. 이렇다 할 개성도 없고 선명한 색채도 없어. 내가 내밀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그게 오래전부터 내가 품어 온 문제였어. 난 언제나 나 자신을 텅 빈 그릇같이 느껴 왔어. 뭔가를 넣을 용기로서는 어느 정도 꼴을 갖추었을지 모르지만 그 안에는 내용이라 할 만한 게 별로 없거든.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그 사람한테 어울릴 것 같지 않아.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나를 잘 알게 되면 될수록, 사라는 낙담하게 되지 않을까. 그리고 나에게서 멀어지지 않을까. (p.380)
-
혹시 네가 텅 빈 그릇이라 해도 그거면 충분하잖아. 만약에 그렇다 해도 넌 정말 멋진,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적인 그릇이야. 자기 자신이 무엇인가, 그런 건 사실 아무도 모르는 거야. 그렇게 생각 안 해? 네 말대로라면, 정말 아름다운 그릇이 되면 되잖아. 누군가가 저도 모르게 그 안에 뭔가를 넣고 싶어지는, 확실히 호감이 가는 그릇으로. (p.381)
-
아주 중요한 의미나 목적이 있는 것이라면 약간의 잘못으로 전부 망쳐버리거나 허공으로 사라져 버리는 일은 절대로 없어. 설령 완전하지 않다 하더라도 어떻게든 역은 완성되어야 해. 그렇지? 역이 없으면 전차는 거기 멈출 수 없으니까. 그리고 소중한 사람을 맞이할 수도 없으니까. 만일 뭔가 잘못된 부분이 발견되면 필요에 따라 나중에 고치면 되는 거야. 먼저 역을 만들어. 그 여자를 위한 특별한 역을. 그런 역을 머릿속에 떠올리고 거기에 구체적인 색과 형태를 주는 거야. 그리고 못으로 네 이름을 토대에 새기고 생명을 불어넣는 거야. 너한테는 그런 힘이 있어. 생각해 봐. 차가운 밤바다를 혼자서 헤엄쳐 건넜잖아. (p.382)
-
넌 정말 멋지고 색채가 넘치는 다자키 쓰쿠루야. 그리고 근사한 역을 만드는 사람이고. 지금은 건강한 서른여섯살 시민으로 선거권이 있고 세금도 내고 나를 만나러 혼자서 비행기를 타고 핀란드까지 올 수 있어. 너에게 부족한 건 아무것도 없어. 자신감과 용기를 가져. 너에게 필요한 건 그것뿐이양. 두려움이나 쓸데없는 자존심 때문에 소중한 사람을 놓쳐선 안 돼. (p.387)
많은 책을 읽고 그만큼 생각을 해 보지 않아서 일 수도 있겠지만.. 다들 이해되지 않는 거겠지, 라고 막연히 생각했었는데..
[빨간책방] 팟캐스트가 있어서 들어봤다. 읽으면서 놓친 게 너무 많았던 것 같다.
다자키쓰쿠루와 하이다, 시로의 관계는 특히나 그렇다.
하이다가 아버지에게서 들었다는 죽음과 관련된 이야기.
그리고 시로와 구로가 나오는 늘 꾸던 꿈에 갑자기 하이다가 나온 일.
갑자기 사라져버린 하이다.
그냥 뭘까? 했었지만, 소설은 소설로 그냥 읽어버렸다.
누군가의 생각을 배우는 게 아니라 나만의 생각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