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있는 나날‘(The Remains of the Day, 1989)과 ‘나를 보내지 마'(Never Let Me Go, 2005)를 재밌게 읽어서 그의 이전 작품들을 찾아 읽고 있다.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다섯 살에 영국으로 이주한 이시구로를 일본 소설가로 보기는 어렵다. 그의 소설은 모두 영어로 쓰였고, 일본 문학의 영향은 거의 받지 않았다고 본다. 하지만 어렸을 때 집에서 일본어를 사용했다고 하니 그의 작품들의 배경에 일본이 등장하는 건 자연스럽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제국주의의 창궐 시점에 순수한 화가로서 살아가던 태도를 바꿔 전쟁을 선동했던 어느 화가의 패전 이후 복잡한 심경을 묘사했다. 패전 이후 자신의 행적에 대한 가족과 순수했던 시절의 동료들의 부정적인 시선에 대해 자격지심을 느끼면서도 스스로에게는 신념에 따라 행동했다고 합리화한다.
이 작품의 3년 후에 발표된 작품 ’남아있는 나날‘에서는 화가 대신 집사, 군국주의 일본 대신 나치 독일을 옹호하던 귀족이 등장한다. 그의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두 작품은 직업적으로 소모적인 삶을 살아간 한 개인이 불편한 기억과 화해하는 법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노벨 문학상을 받을 자격이 있는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남은 작품들도 찾아 읽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