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드는 생각은, ‘지질하고 미숙한 남성의 자아 성찰과 성장’이라는 주제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책장을 덮고 나서 이 작품이 왜 유명한 걸까? 내가 보는 눈이 없는 걸까? 하며 의아해 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해변의 카프카>는 구성적인 면에서나, 장르적인 면에서나 흥미로운 지점이 많은 작품이지만, <노르웨이의 숲>은 명성에 비해 훌륭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비틀즈의 음악을 이만큼이나 잘 알고 향유하는 나’, ‘겉으로는 봐줄 만 한 것 별로 없지만 취향과 생각의 깊이로 예쁘장한 여성을 호리는 나’에 심취해 있는 것만 같아 불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