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자축구’ 이야기를 소설이 아닌 에세이로 보게 되다니. 이 어색한 조합, 과연 정체가 뭘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재밌고 유쾌한 반전매력!! 유머러스하고 위트 넘치는 이야기가 가득한 책이었다. 이렇게나 생동감 넘치고 재밌는 에세이를 만나게 되다니, 놀랍고 즐거운 일이었다.
–
축구를 너무 좋아해서 아마추어 여자축구팀에 입단하게 된 혼비씨.(작가님) 초개인주의를 지향하는 생활을 하다가 ‘팀’ 스포츠를 하게 되며 겪게 된 시행착오와 적응, 그리고 축구기술을 익히며 점차 성장하는 모습을 신나게 쫓아가다보면… 축구장은 커녕 살면서 축구공 한번 만져보지 못한 나지만, 당장 축구장에 달려 나가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각양각색의 여자들이 피치위에 모여 규칙에 따라 축구를 하며, 웃고 울고 싸우고 화해하는 모습이 어쩜 그리 사랑스러운지… 아니 그 모습들을 어찌나 사랑스럽게 그려냈는지. 작가님의 표현력, 완전 짱인듯!!
–
대부분 ‘여자축구’를 하는 사람을 대하는 반응은 처음의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신기해하고, 의아해하는… 극단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성역할의 틀에 박힌 생각이었다는 걸, 나 또한 지금껏 깊이 고민해 본적이 없었던 것이 부끄러웠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여자로서 직접 축구를 해본 경험이 없어서 라는 것일텐데.. 그렇다면 여자들은 왜 학창시절에 축구를 경험해 볼 수 없었던 것일까? 특히 나와 같이 여중, 여고를 다녔던 사람에게는 비단 축구뿐 아니라.. 얼마나 많은 배제와 차별이 내재되어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조금은 자극이 더해진 기회였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축구를 하는 그녀들의 모습은 당당하고 아름답다. 축구를 잘하기 위해 머리를 질끈 묶고, 날씬한 몸이 아니라 근력을 단련하는 그 열정이 나에게도 전달되어 마음 한구석이 후끈해 지는 느낌이었다. 덩달아 축구의 깨알지식을 알게 된 것도 꽤 쏠쏠한 재미였다.
좋아하는 것에 몰두하는 모습, 그것을 글로 전하는 일은 이렇게나 반짝거리고, 보는 사람까지 가슴 뛰게 하는 일이다. 한번 빠지면 답도 없다는 축구의 매력, 나도 빠져들 것만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