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초반에 등장인물이 대거 등장하는데다, 중국 이름이 익숙하지 않은 내게 초반에는 머리가 뒤죽박죽인것 같았다. 하지만, 소설 흡입력이 좋기 때문에 금방 이해하고 따라잡을 수 있게되며, 500쪽이라는 적지 않은 분량이지만 한 숨에 읽을 수 있다.
중국의 산아제한의 이면을 느껴볼 수 있는 작품이다. 나치즘과 파시즘이 그러했듯 산아제한 역시 국가라는 대의를 위해 개인을 희생시키는 정책이다. 소설 중간에 “계획생육은 소소한 비인도적인 행위로 위대한 인도주의 정신을 실천하는 겁니다.”라고 나오는데, 개인의 의지와 권리는 무시한 채 오로지 국가의 번영이라는 목표를 향해 국민을 도구처럼 희생시키는 것이 정말로 ‘인도주의 정신’인 것일까? 그게 설령 ‘인도주의 정신’이라고 한들, 중국이 선택한 강제 임신중절수술이라는 비인간적인 방식이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일까?
사실 소설에서 고모는 ‘계획생육’에 적극 가담한다. 나중이 되어서야 죄책감을 느끼고 괴로워하지만. 사실 생명의 탄생을 돕기 위해 산부인과의사가 된 것인데 본인의 손으로 생명을 죽여야 했을 때, 고모 역시 많은 회의감과 좌절감을 느꼈을 것 같다. 그런 그녀의 내적 갈등은 묘사되어있지 않다. 작가가 직접 묘사해주기보다는 독자에게 상상해보도록 유도하기 위해 일부러 묘사하지 않았을까 싶다.
고모는 정말로 그 ‘대의’를 믿었던 것일까, 아니면 믿는 척함으로써 인지부조화를 극복하고자 한 것일까. 그 어느 쪽이든, 본인이 직접 나서 임신중절수술을 강제로 행해야했던 참담한 심정은 어떤 것이었을까. 고모는 왜 거부하지 않았을까. 산부인과의사라는 직업을 포기하고 다른 길을 걸었다면, 태아들을 죽여야할 필요는 없었을텐데. 그건 역시 처음엔 그 ‘대의’를 믿었기 때문인걸까. 물론, 소설 중간중간에 나오듯 고모가 그 일을 행하지 않았더라도 어차피 다른 누군가가 행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고모 역시 피해자다. 산아정책에 적극적으로 가담해야했던 당원들도, 그 정책의 피해자였던 민중들도 씻을 수 없는 고통을 받았다. 중국의 산아정책은 정당화되기엔 너무나 많은 상흔을 남긴 것은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