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적 배경이 녹아나 있지 않은 작품은 없다. 예술이란 가장 환상적이고, 현실적인 모든 것들과는 동떨어진 무언가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던 나로서는 이 단순한 명제를 다시 한 번 일깨우는 데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그러한 혼란이 한순간에 가셨다. 정치 풍자 만큼 나의 오래된 편견을 깨 부수는 것이 없었다. 예술이 지나치게 현실적인 정치를 반영할 수도 있다는 것이 아닌, 예술은 그러한 현실적인 모든 것을 반드시 반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예술은 감성만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적 배경을 가장 그 당시의 시각에 맞게 인식하고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해 주는 역사적 창구의 역할도 크다. 이 책이 나에게 알려준 것은 이러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 책이 보여주는 한 가지의 것이 또 존재한다. 바로 제목에도 등장하는 ‘동물’이다. 풍자는 직접적이지 않다는 것에 가장 기본적인 의의가 있다. 그리고 단순한 정치적 묘사가 아닌, 예술적 요소가 충분히 가미되었다는 것에 예술적 가치가 있다. 이 책은 동물들의 이야기를 이용해 정치 풍자를 함으로써 많은 감상을 남긴다.
하나는, 이 책은 단순한 동물들의 이야기로서도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는 점이다. 예술이란 자유로운 생각과 표현에 큰 의미를 둔다고 생각한다. 이 책 역시도 정치 풍자라는 요소가 가미되지 않았더라도 충분히 이야기 자체로서의 가치를 평가받을 만하다.
다른 하나는, 그렇지만 이 책의 이면에는 정치 풍자가 담겨있다는 점이다. 단순한, 아니 단순하지 않은 이 이야기는 물론 그 자체로 가치가 있지만 이 책이 유명해진, 책의 작가가 유명해진, 그 전에 이 책을 쓴 작가의 의도는 결국 정치 풍자이다. 책에 자연스레 녹아나 있는 풍자는 읽는 이의 머리를 아프게 할 뿐더러, 감성을 자극하고 문제의식을 일깨운다는 점들이 이 책이 예술 작품으로서의 가치를 충분히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나에게 신선한 문학적 충격을 안겨 주었고, 책이 처음 출간된 당시에도 많은 이들이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책만이 가진 매력은 그 후에 출간된 모든 책에게도 조금씩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 확신한다. 문학적, 예술적 가치로 감히 그 수치를 매기기 힘든 이 작품을 위해 일부러 줄거리와 관련된 내용을 작성하지 않았다. 이미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었을 것이라 믿고, 읽지 않은 이들은 내 짧은 감상평만 읽어도 이미 그 책의 표지를 훑고 있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부디 이 책을 처음 읽는 그들도 줄거리에 대한 조금의 정보도 가지고 있지 않은 채로 읽어 나처럼 새로운 충격을 얻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