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한 파묵이 ‘자아’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책.

베네치아에 살던 ‘나’가 나폴리로 향하던 중 타고 있던 배가 오스만 제국 함대에 잡히면서 이스탄불에서 살게 되고, 이후 혼자 남은 ‘나’가 호자를 그리워하며 자신과 그의 이야기를 쓴 책이라는 구성의 이야기이다. ’나’를 노예로 삼은 ’호자’라는 사람은 놀랍게도 외모가 ‘나’와 아주 닮았는데 주인공이 가진 학문적 지식과 그가 살던 나라에 관심을 보인다. 모든 면에서 닮은 두 사람은 서로의 지식을 공유하고 그 끝에는 어린 시절의 치부까지 나누게 된다. 호자와 주인공은 마지막에 서로의 신분을 바꾸어, 터키인 호자는 이탈리아에 가고 주인공은 호자의 신분으로 터키에 살게 된다.

이 책에서 ‘존재’에 대한 물음을 끊임없이 주고받는다. 이러한 내용이 이야기로 풀어질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그리고 그 물음은 주인공과 호자 사이뿐만 아니라 나에게까지 전이된다. 이 책을 읽으면 독자는 끊임없이 ’근원적인 나’를 찾으려는 노력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어 무척 고생스럽다. 그렇다면 그 답은 무엇일까? 내 생각에는 이 이야기에서 ‘나’와 호자의 관계는 ’근원적인 나’와 ‘현실적인 나’인 것 같다. 주인공 ‘나’는 점점 변모해 가고 사람들은 주인공의 생각과 달리 ‘호자’와 하나도 닮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주인공 자신도 끊임없이 지식을 탐구하는 ‘호자’에게서 젊은 시절의 ‘나’를 떠올리곤 한다. 이러한 내용을 통하여 작가는 현실을 살아가면서 존재를 잃어가는 사람들, 그리고 근원적인 부분에서는 동양인이든, 서양인이든 차이가 없다는 점을 말하려고 한 것이 아닐까 한다.

인상 깊은 구절

1. 아니야, 이것은 네 생각이 아니라 그의 생각이야.

2. 몇 년 동안 우연히 경험했던 많은 것이 지금은 필연이라는 것.

3. 그렇게 오랜 세월을 같이 살았던 두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서로 닮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