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소년의 귀여운 일탈

제목이야 워낙에 유명하니 많이 들어는 봤어도 읽어보긴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왜 진작 안 봤을까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일단 다른 고전들에 비해 표현들이 참 신선하고 간결하며 재치있다. 1951년에 발표된 작품이라는데 전혀 옛날 작품이란 느낌도 들지 않는다.

 

 주인공 홀든은 아버지가 변호사라 중상위층 집안에 가방도 가죽으로 만든 고급 제품이고, 학교를 뛰쳐나와 거리를 방황할 때도 돈 아까워하지 않고 마구 써댄다. 고등학생이지만 바에 가서 술을 마시고 담배도 자연스럽게 피워댄다. 게다 그 와중에 여자친구를 만나 데이트까지 즐긴다.

 

하지만 그의 맘에 안드는 사람이나 사물들은 엉털이라든가 바보라든가 하는 표현들로 줄줄이 연결되어 나온다.

같은 기숙사에서 방을 쓰는 상급생이나 맞은편 방의 여드름쟁이를 싫어하고, 위커 바의 바텐더는 나쁜 자식이고 그 곳 가수가 부르는 노래는 멍청하며 그 노래에 환호하는 손님들도 엉터리들이다. 

호텔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여자들은 끔찍한 모자를 쓰고 다음날 공연을 보러 간다는 것에 견딜 수 없을 정도의 실망을 느끼기도 한다.

예수님을 좋아하지만 그 제자들은 정말 싫어하고, ‘멋지다’란 말은 가식적이어서 싫어하며, 싸구려 가방과 그 주인까지도 싫어한다.

그리고 소설은 좋아하지만 영화를 싫어하고 거기에 나오는 배우 또한 진짜 사람처럼 연기하지 않아 싫어한다.

 

그가 이렇게 사회와 사람들에게 불만 가득하고 트집만 잡는 그 이유가 잠깐 나오긴 한다. 위커 바에서 취해 울면서 나오는 장면이 있는데 외롭고 우울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웃음과 희망을 주는 이가 있으니 어린 여동생이다.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깨물어주고 싶어하는 그를 보니 적어도 자살 같은 건 하지 않겠구나 하는 위안이 든다.

 

  • 케네디를 죽였다고 알려진 리 하비 오스월드가 저격했던 장소에서 “호밀밭의 파수꾼”의 책 1권이 나왔다.
  • 1980년존 레논의 암살범 마크 채프먼이 암살 직후 “모든 사람들이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어야 한다”고 밝혀서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줬다. 그는 고교시절 부터 이 책을 읽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