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밭의 파수꾼

민음사 세계문학 전집을 처음 알게 해준 책.

글을 읽는 내내 철없는 콜필드가 가엾지만 나와 닮아있어서 마냥 측은해만 할 수도 없었다.

“나는 늘 넓은 호밀밭에서 꼬마들이 재미있게 놀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어.

어린애들만 수천명이 있을 뿐 주위에 어른이라고는 나밖에 없는 거야.

그리고 난 아득한 절벽 옆에 서 있어.

내가 할 일은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 재빨리 붙잡아 주는 거야.

애들이란 앞뒤 생각 없이 마구 달리는 법이니까 말이야.

그럴 때 어딘가에서 내가 나타나서는 꼬마가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거지.

온종일 그 일만 하는 거야. 말하자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나 할까.

바보 같은 얘기라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정말 내가 되고 싶은 건 그거야.

바보 같겠지만 말이야.”

피비가 오빠에게 정말 하고 싶은 건 뭐냐고 물었을 때 콜필드의 대답.

콜필드의 아둔하기 까지한 순수함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