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밭의 파수꾼

<호밀밭의 파수꾼>은 뭐라고 설명하기 어려운 소설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소설의 내용이 재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홀든 콜필드의 성격이나 세상을 보는 관점, 견해들은 통찰력있고 사람을 뜨끔하게 만드는 날카로움도 있으며, 나중에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것을 드러내고,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기를 바라는 순수함에 대한 갈망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것을 위해서 쓴 건 아니’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분명히 보여주기 위해서 쓴 ‘소설’이고(문체도 훌륭한 건 말할 것도 없고) 보는 이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겨주지만 어떠한 깨달음이나 감동을 주려고 한 건 아니었다는 느낌이다.

 

남들에게 읽혀지기 쉬운 소설이라는 형태를 취했지만 굳이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쓴 것 같지는 않았다. 물론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 <호밀밭의 파수꾼을 떠나며>를 읽은 영향이 클 것이다. 샐린저가 소설로는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 이외의 인간적인 부분에서는 많은 의문점을 갖게 해주었던 책이다. 사생활 침해이나 외부의 간섭을 싫어하고 비판적이며 냉정한 성격이었던 샐린저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부정적일지언정, 정확했다는 건 사실이다. 나 역시 <호밀밭의 파수꾼>만을 봤을 때는 그렇게 생각했으나, 관심있게 여러가지를 둘러보다가 조이스 메이나드의 <호밀밭의 파수꾼을 떠나며> 읽고 난 후에는 그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소설을 읽으면서 느꼈던 다른 소설과는 다른 묘한 이질감은, 이 소설은 단 한권짜리지만 그 밖의 숨겨진 내용이 아주 많을 거라는 거다. 샐린저는 홀든이나 다른 인물들에 대해서 소설에 드러난 것 이외에 아주 많은 분량의 세세한 설정과 내용들을 써놓고 있었다고 한다. <호밀밭의 파수꾼>은 빙산의 일각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이것을 끝까지 읽었다고 하여 어떤식으로든 확실한 무언가를 잡아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해했고 알고 있다고 말하고 싶지만, 몇 번을 읽어도 알기 힘들다.

 

샐린저의 개인적인 생활과 부도덕했던 행적들에 대해서, 그리고 그에 따른 판단은 이미 조이스 메이나드가 필요한 만큼 충분히 알려주었기 때문에 무어라 말하지 않겠지만, 도저히 연관짓지 않고서는 생각할 수 없는 모순들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생각을 이끌어버린다.  그러나 나는 이 소설을 흥미롭게 읽었고 계속 읽고 싶어한다. 또한 계속 읽을 생각이다. 소설을 좋아한다고 해서 항상 그 소설의 작가를 좋아해야 하는 건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