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좀 해주시겠습니까?

가즈오 이시구로 같으면서도 가즈오 이시구로 같지 않은 느낌이 들었던 책이었다.

여기에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라이더’에게 무언가 부탁한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하는 부탁한 단 한 줄짜리 ‘이것좀 해주시겠습니까?’가 아니다.

페이지로 치면 한장이 넘도록 앞에 이러이러하다 이야기를 한 후 -괜찮을까요? 다.

처음에는 부탁을 위해-설득력 있도록- 이야기하는 느낌이었으나 읽을 수록…

그냥 이 이야기를 누군가 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듣는 사람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그냥.. 내 이야기를 들어주기를.. 하며서..

책 제목이 위로받지 못한 사람이 아니고 사람들이라는 복수형인 것도 그런게 아닐까 싶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터놓고 이야기 할 사람도 없었던 사람들 말이다.

 

그런데 또 그러한가.. 하고 보니… 라이더씨의 이야기가 묘하다.

라이더씨는 이 가상의 도시에 거주자가 아닌 방문자로 묘사된다.

하지만 라이더씨는 아들, 과거의 친구 들을 만난다. 바로 방문한 도시에서 말이다.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고 나와 한참을 버스를 탄 뒤 다른 공간에 도착한다.

그리고 그 공간에서 문을 열면 커피숍의 뒷문인 이상한 도시다.

이 곳에서 라이더는 과거, 현재, 미래의 자신을 만나기도 한다.

끊임없이 무언가가 순환되고 있으며 시간과 공간이 모호한 공간이다.

정확히 명명되지 않은 이 도시는 라이더의 기억 속의 세계인게 아닐까 생각했다.

바로 이 책의 매력이다.

책을 읽기 시작하고 혼란스러워지며 내려놓을까 생각되지만 순환고리처럼 내려놓을 수가 없다.

 

라이더는 과거의 잘못이나 과거의 일들을 답습하기도 하고

그 일들을 다시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지만 결국 그 부탁들을 전부 처리하지 못한다.

하나 하려고 하면 또 다른 하나가 나타나고 하나 하려면 또 하나가 나타나고..

이 모든 일들을 처리하려고 하는 라이더,

동분서주하는 라이더가 부탁을 들어주다 못해 폭발하다가도 누그러지고…

그런 모습들이 답답해 보일 수 도 있다.

하지만 라이더가 왜 그들의 부탁을 들어주고 있는지 생각해보면 이해되기도 한다.

물론, 라이더가 분노를 터트리거나 하는 순간도 그 대상을 생각하면 결코 폭발한 것도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다음에 내가 라이더씨를 만난다면 조금 편안해지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짐을 좀 내려놓으라고 말이다.

 

가즈오 이시구로의 작품 중에 호불호가 심한 작품이라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