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나는 소설은 하나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눈에 보이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글로 쓰는 것이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소설들을 좋아했다.

 

이런 생각은 도스트옙스키의 소설을 읽으면서 변화되기 시작했다.

노파를 죽였다는 하나의 사건은 이미 결말이 나있었다.

그리고 소설의 전개는 사건이 아닌 주인공의 의식의 흐름이 된다.

나폴레옹과 같은 정의로운 행동을 했다는 자기정당성에 대항하여 자기 안에서 쏫아나는 죄의식과의 싸움이 쏘름끼치게 글로 표현되어 있었다.

당혹스러웠고, 놀라웠다.

이 소설이 그렇다.

 

이 소설은 스웨덴에서 발생한 차량 폭파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그로 인해 아랍계 사람들이 의심을 받고, 위기에 처하게 된다.

소설은 주인공 아모르의 친구 샤비가 그에게 전화를 거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내용은 조심하라는 것이었다.

몇 일 동안 집 안에만 처박혀 있으라는 것이었다.

그 후에도 주인공은 여러 사람들과 전화를 한다.

이 소설은 구성은 주인공이 전화를 하는 사람들과의 대화에 중점을 둔다.

그러나 전화대화의 내용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대화가 아니다.

대화는 모호하고, 말들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1차적인 대화를 주인공의 의식에서 한 번 걸러서 2차적인 대화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전화상의 대화는 두 사람의 대화라기 보다는 주인공의 의식의 흐름과 같다.

그리고 그 의식의 흐름은 폭파사건으로 인해 부당한 의심과 모멸을 당하고 있는 주인공의 분노와 불안을 따라가고 있다.

소설은 전화 대화 내용뿐만 아니라 전기드릴을 바꾸러 가는 과정, 같은 아랍계 사람이 검문을 당하는 과정등을 통해 느끼는 분노와 불안을 표현한다.

그리고 주인공의 의식은 단순히 분노와 불안에서 점점 폭파사건의 용의자와 자신을 점점 동일시하게 된다.

폭파사건 용의자를 향한 사람들의 집단 분노가 결국 자신과 같은 아랍계 사람에게 향하고 있다는 것을 의식적으로 체험하는 것이다.

 

“나는 내 형제들에게 전화를 걸어 이야기한다. 방금 아주 미친 일이 일어났어. 집으로 가는 길에 대단히 의심스러운 사람을 봤어, 머리가 검고 예사롭지 않은 커다란 배낭을 메고 있었는데 얼굴은 팔레스타인 숄로 가리고 있어어. 나는 내 형제들에게 전화를 걸어서 이렇게 말한다. 그게 내 모습이라는 걸 알아차리는 데 100분의 1초도 걸리지 않았어.” (P137)

 

주인공이 느꼈던, 아니 저자가 느꼈던 의식의 분노와 불안을 독자들도 경험하게 하는 당혹스러운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