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의 현대사를 관통하는 여인의 삶

라틴 아메리카 소설은 접해 본 기회가 별로 없다.

예전에 존 업다이크의 소설을 한 번 읽어 본 기억이 있을 뿐이다.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도 읽어보기 위해 구입한 후 1년 가까이를 읽지 못하고 있다.

 

존 업다이크 ‘브라질’이란 소설에서는…

흑인 남성과 백인 여성의 사랑을 이야기하면서…

흑인 남성이 어떤 주술로 백인으로 변화는 과정을 이야기 한다.

당시에는 사실적인 경향의 소설에서 이런 말도 않되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이상하게 느꼈는데…

이 소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 소설은 칠레의 현대사를 한 가정의 역사 속에서 바라보는 무척 사실주의적인 소설이다.

그런데 주인공인 클라라는 컵을 움직이고, 의자를 공중에 날게 하고, 영혼들과 이야기 하고, 미래를 예언한다.

이것이 마르케스 이후 남미 소설의 중심인 마술적 사실주의라고 한다…

 

 

이 책은 투르에바 가문의 여성들을 중심으로….

4대에 걸친 삶을 이야기 한다.

그 과정에 칠레의 현대사가 그대로 드러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 박경리 작가의 토지가 떠올랐고…

펄벅의 대지나 도스트예프스키의 까라마조프네 형제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마지막 칠레의 군부 독재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될 때는…

마치 모래시계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기도 했다.

 

 

이 책은 4대에 걸친 트루에바 가문의 이야기이다.

특이한 것은 여성작가답게 가문의 역사를 남자 중심의 이야기가 아닌…

자신의 증조 외할머니(니베아), 외할머니(클라라), 어머니(블랑카), 그리고 작가 자신을 모델로한 알바라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파란만장한 칠레 현대사를 살아간 네 명의 여인의 삶이 등장한다.

 

그 중에서도 단연 주인공은 클라라라는 외할머니이다.

이 책은 대부분의 분량이 클라라와 그의 남편이자 알바의 외할아버지인 에스테반 트루에바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에스테반과 트루에바….

둘 처럼 맞지 않는 부부도 없을 것이다.

트루에바는 가난한 귀족의 가문에서 태어나서…

스스로 성공한 인물이다.

칠레의 보수주의를 대표하는 인물로서…

자신이 땅을 소유하고, 소작농들을 부리는 것을 당연한 이치이며…

남녀평등이나 인권등을 이야기하는 것을 공산주의로 모두 매도하는 인물이다.

 

반면 클라라는 영적이고 이상적인 여성이다.

그는 현실보다 영적인 것을 추구하고, 사람을 사랑하고, 연약한 사람을 돌보는 것을 좋아한다.

클라라의 세 명의 자녀들이나 알바 역시 이런 클라라의 성향을 받아 에스테반과 항상 갈등을 일으키고…

에스테반은 돈과 지위를 누리지만 고독과 외로움 속에 살아간다.

 

그러나 에스테반은 누구보다도 클라라의 사랑을….

자녀들의 사랑을….

알바의 사랑을 갈구한다….

 

실제 인물을 모델로 삼지 않았으면 나오지 않았을 법한…

(작가의 솜씨라면 창작 인물로도 가능했을지도 모르지만…)

독특한 인물묘사가 이 소설의 최고의 장점이다.

 

 

또 하나 이 소설을 읽으면서 칠레의 현대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소설을 읽으면서 칠레 대지진,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의 집권 과정, 피노체트의 군부독제 등의 과정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인터넷, 특히 네이버의 라틴아메리카의 역사를 참고 했는데… 이 과정이 매우 상세하게 나와 있었다.

라틴아메리카의 역사 http://terms.naver.com/list.nhn?cid=43050&so=st4.asc&categoryId=43050

비바칠레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717376&categoryId=43050&cid=43050

칠레의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717387&categoryId=43050&cid=43050

그리고 이런 배경을 참고하면서 읽으니 소설의 상황 속으로 더 잘 들어갈 수가 있었다.

 

특히 소설은 칠레의 귀족가문의 여성들과 인디오 개혁주의 남성들과의 사랑이 등장한다.

이를 통해 당시 칠레의 부유층들의 삶과 가난한 자의 삶을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칠레의 군부독제의 과정…

그리고 이에 대해 부유층과 가난한 사람들의 정반대의 반응…

알바가 그들에게 잡혀 가서 끔찍한 고문을 당하는 과정 등을 보면서..

어쩌면 저렇게 우리나라 상황과 똑같았는지를 보고 놀라게 된다.

인간의 본성…

권력욕…

약자에 대한 억압…

자신의 기득권만을 지키려는 이기심….

이런 것들은 어느 나라, 어느 민족을 막론하고 모두에게 있는 악한 본성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