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경호
출간일 2013년 11월 29일

공자의 말씀을 후에 제자들이 편집한 <논어>를 읽기에 앞서 공자가 살았던 춘추 시대와 그가 가장 사랑한 제자 안회를 비롯하여 논어에 자주 등장하는 제자들에 대해서 먼저 익히고 읽기 시작했다. 소크라테스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면서 무지함을 알게 했다면 공자는 질문에 끊임없이 답하면서 제자들이 깨우치게 하였다. 또한 공자는 제자들의 성향과 특성에 맞게 같은 질문에도 다르게 대답해주었다. 제자 안회와 자로를 대하는 공자의 방식의 차이에서 그들의 어떤 부분을 잡아주고 끌어주어야 하는 지를 고민하고 행한 스승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논어>를 읽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행하는 일이다. 공자는 모든 일에 있어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이루기를 중시했다. 생각만 하고 공부하지 않거나 공부하고 생각하지 않는 것은 둘 다 올바르지 않다. 중용은 회색분자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치우침이 없어야 함을 말하고 있다. 그러니 논어를 읽고서 좋은 말이라고 생각만 한다면 그것은 논어를 읽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인을 행함에 있어서 인이 무엇인지 한 단어나 문장으로 줄일 수는 없지만 분명한 건 인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공부하고 행한다면 인이 무엇인지 도달하게 된다는 점이다.

공자는 신이 아니라 혼란한 시대를 사회 속에서 살아간 한 명의 인간이다. 위험하고 혼란한 시기에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면서도 목숨을 잃지 않은 것은 그가 처세술에도 뛰어났음을 보여주는 듯하다. 아무리 덕이 높은 사람이라도 역사 속 많은 사람들이 각종 위협과 모함으로 죽었던 점을 떠올리면 더욱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수많은 나라에서 그에게 정치에 대한 조언을 구했지만 정작 그는 정치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 어쩌면 그랬기 때문에 정치싸움에서 목숨을 잃지 않았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논어>에 적힌 정치에 관한 글들을 마음에 새기고 행한다면 정치는 좀 더 바람직한 방향을 향해 갈 수 있을텐데 그렇지 못한 점들이 매우 아쉽다. 공자의 말씀을 마음에 담고 행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그나마 다행인데 공자도 때로는 ‘이런 사람들은 나도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다’고 말하고 있는 그 사람들은 어떻게 대해야 하는 가가 궁금하다. 공자는 사회 속에서 인간이 살아가야 한다고 여겼기에 정치에 나서고자 했으나 뜻을 알아주지 않아 계속 돌아다닐 수밖에 없었다. 소인과 구분 짓고, 사귀지 말아야 할 인물들에 선을 긋는데 세상에는 그런 사람들이 참 많다. 배우기를 누구보다 좋아했고 행하는데 치우침이 없던 공자의 가르침에도 많은 제자들이 출세 쪽으로 눈을 돌리기도 했다. 군자가 되는 것은 쉽지 않다. 나를 위해서 수양하고 갈고 닦는다고 해도 우리는 결국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타인의 의견을 쉽게 무시하고 출세만을 바라보고 이기심에 눈이 먼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물론 군자의 경지에 오르면 이런 세상에서도 살아갈 눈과 여유를 지니겠지만 노력하며 그 길을 걸어갈 때 앞서 언급한 사람들도 끌어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 게 사회이기 때문에 그런 방법에 대해 고민이 많이 된다.

짧은 문장 안에 담긴 뜻을 해석하는 데 어려움도 있었다. 여러 번 읽어도 아리송한 말도 있었고 말 자체는 이해되지만 방식에 대해서 의문이 가는 부분도 있었다. 또한 스스로 부족함을 알고 채우면 자연히 알아준다고 했듯이 공자도 알아서 남들이 알아주었지만 자신의 정치와 맞지 않았을 때는 또 다시 떠났다. 그도 인간이었기 때문에 알아주지 못한 점을 한탄했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어떤 때는 말로써 그에게 반대하는 사람들을 방어하고 있다는 기분도 들었다. 예에는 마음만큼이나 형식도 중요한데 만약 형식만이라도 지키려고 한다면, 마음만 갖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마음을 먹는 다는 건 또 어떠한 것일까. 인간들의 본성이 어떠한지에 대해서는 기원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논란이 많다. 공자와 의견을 달리했던 한비자처럼 나 역시도 공자의 말에 완벽하게 동의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유교문화의 영향을 받은 우리나라에서 <논어>를 비롯한 많은 책들이 읽히지 않는다는 사실은 씁쓸함으로 다가온다. 고등학교 윤리시간에 겉만 배우기 때문에 진정으로 안을 보지 못하고 졸업과 동시에 생각하고 싶지도 않아하는 이런 교육 현실을 돌아보게 된다.  논어가 얼마나 많이 출판되고 이렇듯 해석이 가미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공자는 시대에 따른 변화에 대해 취할 것은 취했다. 우리는 현재 어떤 모습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