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잠재적 지하인이 얼마나 될까?….

나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지하인…

뒤틀릴 대로 뒤틀려 버린 성격의 소유자

지하인… 그는 자신의 상태에 대해 나에게

낱낱이 고백한다.. 아.. 물론 그런 자신에 대해

동의를 구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고백을 듣고 있기가 힘이 든다.

 

그의 성격, 그의 이야기, 그의 생각…

그의 피해망상, 그의 증오심, 그의 복수심..

그러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그의 무능력함…

지하로부터의 수기는 참으로 불편하고 힘든 책이다…

 

그는 20년간 지하방에 살며 대인관계를 극도로 회피한다.

모든 사람을 혐오하며 모든 사람들의 사소한 행동이나

말투 등을 자신을 무시하는 것으로 생각하여 그들을 증오하고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복수를 계획하고 꿈꾸지만

그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그는 다만 복수를 다짐만 할 뿐이다…

 

지하인은…

어찌 보면 우리 모두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살면서 누군가에게나

이런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나또한 마찬가지이다.

지겹게 듣기 싫은 소리를 내는 사람에게

차마 그리하지 말라고 말하지 못한다.

소음덩어리인 그를 속으로 경멸한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 앞에선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다.

아니.. 하지 않는다…

 

지하인은 자신의 성격 때문에

그리하지 못하지만 직장인인 나는 여러 가지 관계들을

무시할 수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시대의 직장인 또한

지하인이 아닐까?

 

2×2=4를 몸서리치게 거부하며

지하에 갇혀 사는 지하인이나

2×2=4를 당연한 듯 받아들이며

직장에 갇혀 사는 직장인이나 다른듯 닮아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

얼마나 많은 잠재된 지하인이 있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