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물총 잘 맞은 청춘(들)의 돈지랄

전형적인 성장소설. 유년/(청)소년기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당시 시각에선 완전 성인이었던 스물이 넘어 시작하는 성장소설이다. 돈 많고 시간 많고…. 그냥 많은 정도를 넘어 내가 그토록 싫어하는 상속 유산이 와장창 쏟아지는 영국의 최상류층, 특출하지는 않은 그림 재주가 있는 젊은이의 이야기.

네미, 내 팔자도 좀 그래봤으면 좋겠다,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는, 아빠 물총 잘 맞은 청춘(들)의 돈지랄을 이렇게 재미나게 써댔다. 당연하게도 주인공 필립은 (비록 다리 하나가 온전하지 않지만) 자신의 은혜받은 위치에서 결코 19세기 말 20세기 초 유럽의 구조적 모순에 대해선 입을 싹 씼는다. 하기야 뭐, 그까짓 것에 눈을 돌릴 필요가 하나도 없을테니까. 물론 가난한 아가씨와 건전한 연애도 하고 그게 잘 되기도 하지만 계급으로 확장하지는 않는다.

난 서머싯 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것도 그렇고 <달과 육펜스>도 그렇고, <면도날>도 그렇다. 그럼에도 그의 작품을 기꺼이 읽는 것은….. 재미 있어서다. 그토록 사연과 굴곡이 많은 인생을 살았으면서 어째 세계관 혹은 역사관 그것도 아니라면 직접 치른 두 번의 전쟁에 반대하는 그런 건 없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