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 싶지만 갈 수 없는 그곳의 환상

  • 오늘의 작가상은 이전부터 좋아하던 문학상 중의 하나였다. 언제부터인가 한국소설을 외국소설보다 멀리하면서 문학상 소설들도 멀리하게 되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한국문학이 지닌 엄숙함과 여성작가들의 약진으로 심리적 우울함을 깊이 느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장르소설에 대한 관심과 재미가 더욱 강하게 작용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호하는 작가들의 작품이나 요근래 읽은 몇몇 신진작가(?)들의 소설은 새로운 발견으로까지 생각되었다. 소재의 다양함과 이야기의 기발함과 재미와 풍자 등을 자유롭게 그려내고 있었다. 이번 오늘의 작가상은 분량 면에서 적지 않은 양이다. 뭐 이전의 촘촘한 글자들을 생각한다면 엄청난 양은 아니지만 70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이다. 하지만 책은 속도감 있게 읽히면서 집중력을 가져다준다. 읽다보면 어느 순간 진도가 나아가는 것이다. 이것은 분명 작가의 문장이 주는 재미이다. 다양한 사물에 대한 묘사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려내는 작가의 능력은 분명 탁월하다. 기업소설로도 읽힐 수 있는 내용과 전개는 악역을 수행하는 성림건설의 사장 원직수의 내면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면서 그의 고뇌와 자기합리화를 멋지게 보여주었다. 그와 대칭점에 서있는 김범오의 IMF 이후 실직의 위기에서 벗어나 원죄를 가지고 꿈을 실현하는 과정은 읽는 나의 가슴 속에 자연의 아름다움과 열정을 느끼게 만들었다. 책 속에서 자주 무릉도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도연명과 관련된 이야기와 김산 선생이 경험한 무릉도원과 김범오가 느끼는 파라다이스는 모두 다르면서 동일한 곳을 꿈꾸고 있다. 사람들이 결코 가질 수 없는 그 곳. 현실에서 가장 가깝게 실현되고 있던 도원수목원조차 자본주의와 인간의 욕심에 의해 침해당하는 그 과정은 얼마나 무섭고 섬뜩했던가! 목적을 위해 성림건설에서 펼치는 치밀하면서 지속적인 작업들은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폭력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현실적인 그 모습은 뉴스에서 보던 것과 유사하면서도 더욱 폭력적이며 숨겨진 사실은 너무나도 단순하게 처리되어 도리어 비현실적이다. 프롤로그에서 뜬금없이 미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의 알츠하이머병과 백악관 모형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책을 읽어가면서 이 부분에 대해 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책을 덮고 다시 한번 프롤로그를 생각하면서 그것이 의미하는 바와 이 책 속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는 상자정원과의 관계를 이해하게 되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의 모습을 각자의 입장에서 보여주면서 자본주의와 아나키즘의 충돌로까지 읽을 수 있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작가의 능력에 찬사를 보낸다. 하지만 기업과 관련된 부분에서 너무 기업주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모습과 너무 쉽게 사고 처리된 사건들이 아쉬움을 느끼게 했다. 작가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다음 작품을 기다리게 되는 것은 분명히 하나의 즐거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