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경
출간일 2006년 10월 26일
  • 놀면서 돈을 번다는 것을 아이디어로 추리물의 구조를 따라 만든 소설이다. 사실 놀면서 돈을 벌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가끔 매체를 통해 놀면서 돈을 버는 몇몇 특별한 직종이 나오지만 그것은 한시적일 뿐이다. 그런 한시적인 일이라도 하고 싶은 것이 대부분 직장인의 마음일 것이다. 만약 연봉이 지금 직장보다 더 높다면 금상첨화인 것은 당연한 것이고.

     

    사실 이 소설을 선택한 것은 의뢰인 대신 놀아주며 돈을 번다는 내용 때문이었다. 기발한 아이디어를 통해 하나의 사업으로 발전해나가는 모습이나 놀면서 돈을 버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에피소드 정도를 예상하였다. 처음 주인공 유노가 실직을 하고 이 직업에 발을 들여놓은 순간까지 그런 전개를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야기는 금방 그런 재미있는 상황이나 유쾌하고 통쾌한 묘사보다 하나의 음모로 빠져들었다.

     

    개인적으로 추리물을 좋아하지만 왠지 이 소설의 전개나 진행은 맞지 않는 옷을 걸치고 있는 느낌을 준다. 유노의 새로운 직업에 대한 묘사보다 그 뒷 배경에 더 많은 신경을 쓰면서 하나하나 의문을 만들어 가는데 그 의문들이 너무 급하게 진행되거나 각 인물들과의 관계가 치밀함보다 공식에 따라 흘러간다는 느낌을 준다. 유노와 상인, 제인과 혜리, 혜리와 미니 등의 관계가 엮이며 비밀을 만들어내고 음모를 숙성시키지만 설익은 맛을 낸다. 차라리 플레이어들의 심리를 더 자세히 묘사하면서 깊게 들어갔으면 어떨까 생각한다.

     

    제목이나 광고 글에 기대어 생각한 것과 차이가 있어 약간 아쉽고, 전체적인 느낌에서 약간 어색한 부분이 있지만 읽는 동안은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 한국 문단의 엄숙주의를 벗어던지고 새로운 소재로 하나의 특이한 이야기를 엮어내었기 때문이다. 아이디어가 기발한데 이것이 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추리 속으로 빠져들면서 약간 힘을 잃었지만 분명히 다음을 기대하게 하는 힘을 가진 작가다. 지리한 자신의 심리나 자괴함에 빠진 여성들의 일탈을 그린 소설을 읽다 이런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하나의 또 다른 큰 즐거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