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르페우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꿈의 신이다. 소설 속에서는 잠을 관장하는 신을 의미한다. 실제로는 콜드 슬립이란 과학 기술에 의해 인공 동면에 빠진 소년 사사키 아쓰시를 가리킨다. 이런 인공 동면은 이미 수없이 많은 소설에서 다루어졌었다. 하지만 이 소설처럼 법률적 인간적으로 파고 든 작품은 많지 않다. 어떻게 보면 소설로 다룬 미래의 인공 동면에 대한 과학적 법률적 검토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런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이 문제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의 등장인물은 굉장히 한정적이다. 모두 2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 동면에 등장하는 인물은 거의 두 명이다. 지나가듯이 등장하거나 자고 있는 아쓰시를 제외하면 분량 면에서 특히 그렇다. 물론 지나가듯이 등장한 인물이 2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1부의 중심인물은 미래 의학 탐구 센터 지하 1층에서 근무하는 료코다. 그녀가 하는 일은 인공 동면에 빠진 아이를 돌보는 일이다. 5년 동안 콜드 슬립에 빠진 모르페우스 아쓰시를 계속해서 지켜본다. 이 과정에 그녀의 과거 일부가 흘러나오고 인공 동면에 관한 법규 등에 대해 깊은 고찰을 한다.

     

    1부를 읽다 보면 가이도 다케루의 이전 소설과 다른 전개와 진행으로 고개를 갸웃거린다. 달라도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한정된 공간과 정체된 듯한 시간 속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아이를 걱정하는 마음이 절절하게 묻어나지만 인공 동면법이 지닌 문제점에 대한 고찰이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 게임이론의 제왕 소네자키 교수와의 대결은 분명 긴장감을 고조시켜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약하다. 오히려 사신 이미지로 등장한 니시노가 더 강한 인상을 준다. 실제 니시노는 뒤로 가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느 순간까지는 나에게 착각을 심어주기도 했다.

     

    인공 동면은 현재의 불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미래의 기술이 개발되기까지 5년간의 완전한 잠을 보장해주는 것이다. 5살에 병에 걸려 9살에 콜드 슬립한 소년에게 료코의 감정이 이입된 것은 지하의 외로운 공간과 과거의 기억이 겹쳤기 때문이다. 이런 감정은 이 소년의 미래를 걱정하게 만들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이 진행이 기존 작가의 작품과 완전히 다르다. 문제의식이 더 강하게 부각되면서 오락적인 부분이 많이 퇴색했다. 캐릭터의 힘도 약해졌다. 사실 가이도 다케루의 소설에서 기대한 것이 대부분 사라졌다.

     

    사실 sf소설 등을 읽을 때 인공 동면은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시간을 초월했다는 것과 현재 치료 불가능한 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 등을 비롯해서 다양한 것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이런 것은 외형적인 것들이다. 실제 진행하게 되면 부딪히게 될 현실적인 문제가 산적해 있다. 바로 이 문제를 작가는 다룬다. 법의 허점을 이용해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는 의료계나 관료 조직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이 부분은 작가의 장기다. 그리고 작가는 가장 쉽게 잊고 있던 문제를 말한다. 그것은 5년 뒤 인공 동면에서 깨어났는데도 치료법이 개발되지 않은 상황이다. 인공 동면이 완치를 보증해주지 못한다. 이런 경우 다시 인공 동면에 빠져야 할까 하는 기초적이 질문을 던진다.

     

    2부 각성은 콜드 슬립에서 깨어난 아쓰시를 중심으로 흐른다. 1부보다 활동적이다. 잠과 각성을 대비시킨 의도적인 장치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잠에서 깨어난 소년은 바뀐 환경에서 그가 예상하지 못한 반응을 보여준다. 너무나도 탁월한 학습 능력도 같이. 하지만 소년의 가족은 산산조각 났다. 이런 상황에서도 주변에 좋은 사람이 있어 그를 돌봐준다. 병에 걸린 것과 가족에게 버림받았다는 것을 제외하면 참으로 좋은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 이것은 앞에서 요코가 다룬 의문 등과 함께 엮이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연다. 약간 작위적인 부분이 눈에 들어온다. 그렇지만 그 속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들이 눈길을 끈다.

     

    가볍게 빠르게 읽을 것을 기대했다. 이 기대는 앞에서도 말했듯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 자리를 깊은 사색 거리가 자리 잡았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콜드 슬립에 빠진 현재의 소년뿐만 아니라 깨어난 소년의 삶이란 거대한 현실이 앞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을 현실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비용이 소요된다. 이 부분도 쉽게 간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문제 역시 생각보다 쉽게 해결된다. 비리로부터의 해결이다. 이 장면은 현실의 다른 이면을 보여주는 장치지만 그래도 평범한 결말 진행은 분명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