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펀치를 독자에게 연속으로 날린다.

이재찬
연령 17~60세 | 출간일 2013년 10월 25일
  • 2013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품이다. 많지 않은 분량이라 생각보다 빠르게 읽었다. 존속살해를 다루고 있어 조금 충격적이다. 여기에 이 살인사건을 계획하는 인물이 고3 여고생이란 점이 더 충격으로 다가온다. 어떻게 보면 이 살인이 비약일 수도 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살인 의뢰가 이루어지고, 설마 하는 순간 그 살인이 실행되었기 때문이다. 살인이 이루어진 후 “니가 살인자라 부모를 죽인 걸까? 아니면, 부모가 널 살인자로 만든 걸까?”(149쪽)하고 화두를 던진다. 사실 이 질문은 아주 중요하다. 사회학자들의 수많은 논쟁을 생각하지 않는다 해도.

     

    방인영. 고3이다. 아버지는 잘 나가는 법무법인 변호사다. 엄마는 미모 때문에 남편 잘 만나 딸 하나 키우면서 잘 살고 있다. 이런 외형상 모습을 보면 아주 부러운 집안 환경이다. 자신이 160이 되지 않는 키에 약간 통통한 몸매인 것을 제외하면. 그녀에겐 아픈 과거가 있다. 외고 낙방이다. 동부이촌동 48평 아파트에 살면서 좋은 과외를 받으면서 당연히 외고에 갈 줄 알았던 그녀에게 이 소식은 충격이 된다. 어쩌면 부모에게 더욱. 하지만 자신들의 지위를 먼저 생각하는 부모에게 그녀가 인서울 대학에 들어가지 못하면 창피한 일이 된다. 그래서 아주 비싼 과외를 붙이고 학원에 보낸다. 그 결과는 5등급에 머물지만.

     

    어느 부모나 마찬가지로 엄마는 딸이 성적 좋은 친구와 사귀길 바란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성적, 외모 1등급인 친구와 아픈 과거가 있다. 자신보다 성적이 떨어지는 친구는 외모가 탁월하거나 아예 인터넷쇼핑몰로 부모보다 더 돈을 번다. 자신의 진심이 왜곡된 경험을 한 상태에서 다시 속내를 털어낼 자신이 없다. 겉돈다. 누구 한 명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없다. 주변 상황은 모두 자신을 속박하고 있다. 부모도 마찬가지다. 남편에게, 직장에, 돈에, 명성에 속박되어 있다. 이 속박이란 단어가 처음 나왔을 때 고3 여고생의 삶과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으면서 조금씩 알게 되었지만.

     

    27살에 자살을 꿈꾼다. 회색에 잠식된 사람은 한정된 시간을 두고 자신을 더 깊이 흔들고 파고든다. 어떤 사람은 자살에 성공할지 모르지만 대부분은 그것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방인영은 다르다. 그녀는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걷는다. 바로 존속살인이다. 그리고 던진 질문은 의문만 남긴다. 왜에 대한 명확한 답을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녀가 설계한 살인은 섬뜩하다. 치밀하다. 하지만 허점이 있다. 바로 청부살인자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한 선택도 무시무시하다. 왠지 모르게 그녀가 차가운 냉소를 날리면서 흘려보는 모습이 머릿속에서 그려진다.

     

    여고생의 눈을 통해 세상을 조롱하고 비판한다. 그녀가 곳곳에서 날리는 냉소는 사회, 학교, 교회, 가족 등의 거짓과 감춰진 욕망을 그대로 끄집어낸다. 어느 부분에서는 통쾌하지만 씁쓸함이 더 강해진다. 특히 가족과 교회가 자주 다루어지는데 이 두 집단은 교집합이 아주 강하게 작용한다. 믿음으로 포장한 자신들의 이익을 다룬 교회나 사랑으로 가득한 것 같은 가족의 속내가 드러날 때 너무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멈칫하게 된다. 표현의 한계를 직설적인 표현으로 정면돌파하기 때문이다. 속에 담고만 있던 속내를 거침없이 드러낸다. 이 감정들이 글로 나타나면서 고3 여고생의 심리 묘사가 피가 튈 것 같이 생생해진다. 제목처럼 강한 펀치 한 방을 독자에게 연속으로 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