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침상에서도 넘쳐 흐르던 스탕달의 남녀상열지사

<적과 흑>에 이은 두번째 읽은 스탕달로 그의 마지막 작품이라지만 그런 건 관심없고, 참 이거….

내가 자판을 더듬는 이유는 이렇다. <적과 흑>에선 소렐이 앞 뒤 가리지 않고 별의 별 연애질을 다 하다가 자청해 자기 대갈통을 잘라버리고 이 <파르마 수도원>에선 또 파브리스란 젊은 놈이 나타나서 물불 안 가리고 불장난을 벌인다. 도대체 아무 개념이 없다. 자신의 꼴림을 만족시킴으로 해서 스스로의 천국으로 날아갈 생각 밖에 없는 청춘들이 스탕달의 주요 관심사였던 모양이라 짐작할 수밖에 없다.

근데, 문제는 이런 허무맹랑하고 유치찬란하며 가진 거 없는 사람들한테 공허한 한숨만 뿜게할 수 있는 이 우라질 스탕달의 소설이, 썅(일단 욕 한 번 하고), 재미있다는 거. 내가 언제나 주장하여 마지 않기를,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재미가 으뜸이라, 이 스탕달이야말로 거기에 관해선 정말 타의 추종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어떻게 그렇게 재미진지. 1839년 작품이면 죽기 3년 전이라서 병상에 누워 스탕달이 중얼중얼거리면 옆에서 서기가 앉았다 열나게 받아써서 완성했다고 하는데, 그 와중에도 늙어 오늘 낼 하는 스탕달의 해골 속에서는 줄기차게 남녀상열지사가 용솟음질 쳤나보다.

뭐 처음부터 끝까지 연애하는 소설이다. 다 읽으면 두고두고 그거 참 재미있는 소설이었어, 라는 느낌을 가질 수 있는. 이래서 발자크와 스탕달로 위대한 19세기 프랑스 소설문학이 바야흐로 시작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