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다른 작품과 너무 다른 분위기다.

칼비노의 다른 작품과 많이 차별되는 소설이다. 그의 다른 소설과 비교하면 이번 소설은 상당히 낯설다. 나에게 이탈로 칼비노는 환상소설 작가인데 이 소설은 이탈리아 신사실주의 작품으로 말해지고 있다. 물론 이 작품 속엔 환상소설 씨앗이 잠자고 있다고 한다.(나는 발견하지 못했다) 어느 순간은 너무 사실적이라 오히려 환상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하지만 조금도 미화되지 않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약간은 무감각하게 느껴진다.

 

소설은 핀이란 소년을 중심으로 이야기기 펼쳐진다. 핀의 나이는 정확히 나오지 않는다. 그는 어른들과 친하지만 자기 또래와는 잘 어울리지 못한다. 자기 친구들과 무리지어 돌아다니고 싶지만 아이들은 핀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과 어울리고 싶지만 결코 끼워주지 않는 그들을 생각하면 어른들은 잃어버린 유년기의 보상인지도 모른다. 창녀인 누나 덕분에 성적인 호기심으로 충만한 아이들의 시선을 끌기도 하지만 그 순간뿐이다. 그러다 주변 어른들의 충동적인 요구에 따라 누나를 찾아온 독일 해병의 권총을 훔치면서 예상하지도 기대하지도 않은 삶 속으로 들어간다.

 

십대 초반으로 추정되는 핀이 권총을 훔치고, 이 때문에 감옥에 들어가고, 고문을 당하고, 도망가는 과정은 힘든 삶을 살아가는 아이의 모습이 곳곳에 보인다.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척 허세를 부리고, 예전과 다른 분위기 때문에 위축되지만 과하고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 그 와중에도 머릿속은 언제나 현실이 아닌 저 멀리 환상의 공간에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만든다. 이런 순간 속에 만난 한 명의 게릴라 빨간 늑대는 또 다른 삶의 공간과 시간 속으로 그를 데리고 간다. 이제 감옥이란 공간에서 산 속 레지스탕스로 바뀌게 된다.

 

산 속에서 만난 레지스탕스들은 정열적인 영웅의 모습이 아니다. 여자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하거나 이런 저런 사유로 도망 온 사람들이다. 그들은 분명한 정치 철학을 가진 것도 아니다. 소설 속 화자의 표현을 빌리면 그들은 반대편에 존재하는 파시스트 무리들과 닮아있다. 성격적으로는 비슷하다. 하지만 역사의 평가에 의해 정반대에 자리하고 있다. 작가는 이런 사람들을 굉장히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산 속에 있는 유일한 여자에게 보내는 끈끈한 눈길이나 서로에게 야유를 보내거나 다른 사람들의 아픈 상처를 건드리며 웃는다. 이 분대도 역시 저잣거리의 어른들과 특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이 때문에 핀은 잘 적응하면서도 외롭고 무섭다.

 

사실적이기에 약간 건조하고, 핀의 행보를 보면 모험소설을 읽는 것 같다. 권총을 훔치고, 감옥에 들어가고, 고문을 받고, 탈출하고, 레지스탕스에 가담하고, 그곳에 머무르는 이야기들이 멋진 모험처럼 느껴진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린 그 시절 이탈리아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다. 이 소설의 가장 멋진 장점이 바로 이 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전혀 미화하거나 악하게 묘사하지 않고, 사실대로 표현하는 그 문장들은 섣부른 감상을 막는다. 하지만 되돌아 생각하면 핀이나 그와 함께한 사람들이 머릿속에 강한 여운을 남긴다. 그것은 환상이나 영웅의 모습이 아닌 현실 속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사람들 모습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