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hot한 작가라고 하면 헤세가 떠오른다. 그림 전시회에 각종 책 출간이 줄을 잇고 있어 새삼스럽기까지 하다.하지만 그럴만하다, 라고 인정해버릴만큼 매력적인 작가임이 분명한 것 같다. 그리고 그의 소설 <황야의 이리>를 읽었다.

 

이 책은 그가 50세 때, 1차 세계대전을 겪고난 이후에 쓰여진 것으로 자전적인 요소가 강한 소설이다. 의미없이 쓰여진 문장을 한 줄도 발견하기 힘든만큼 수많은 포스트잇을 붙였지만 끝내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던 주인공 ‘하리 할러’의 분열된 내면은 어쩌면 헤세 자신의 복잡한 마음을 투영하고 있는것만 같다.

 

시민 세계의 질서에 대한 애정과 동경을 품고 있으면서, 또한 그 혜택을 누리기를 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것을 치열하게 거부하는 황야의 이리를 품고 사는 하리. 그는 정상적인 것, 보통 사람들을 동경하면서 또한 그들과 어울리기를 거부한다. 평범해질 용기가 없어 고독과 고립을 견디는 삶이라고 해야할까, 아니면 그저 평범함을 이해할수 없다는게 이유일까?

 

그런 그가 자신의 또하나의 분신으로 보여지는 헤르미나를 만나 새로운 전환을 맞게 되고, 미친 사람만 입장할 수 있다는 마법극장에서 단 하나의 자아를 넘어 자신의 조각난 모든 자아를 받아들이게 된다. 이로써 모두를 이해할 수 있게되었다고, 인생이라는 장기말 놀이를 언젠가는 더 잘할수 있을 것 같다는 것으로 하리 할러의 이야기는 끝이 난다.

 

오직 하나의 자아만을 가졌다고 감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때로는 두 자아가 극명하게 서로 대립하기도 하고, 어느 때는 이렇게 많은 내가 과연 다 나일까? 라는 생각이 들만큼 나 스스로에 대해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기도 하다. 헤세는 이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기 보다는 모두와 화해함으로써 인생을 더 잘 꾸려갈 수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만 같다.

 

오래 붙들고 있었지만 제대로 읽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숙제처럼 언젠가 다시 읽어야될 책이라는 생각을 하며 일단 책장을 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