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한가운데 놓여진 책 한권.

Nina..
엷은 공기 속에서는 살 수 없었던 여자..
열과 동요와 변화를 필요로 했던 여자…
많은 위험을 감행할 성질의 여자…
나쁜 운명이 그 여자를 가져다 놓은 장소를 결코 떠나지 않고 운명은 어쨌든 의미 있고 정당하다고 믿었던 여자…
토끼처럼 밤낮 사는 것에 넌더리가 날 지라도 지금이 아닌 다른 삶, 나 아닌 타인의 삶을 원치 않았던 여자…
소름이 끼치는 추악함 일지라도.. 그것을 외면하면 생의 중요한 것을 보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여자…

질풍노도의 시기에 늘 내 곁에 두었던 책을 20년이 훌쩍 지나 다시금 펼쳐보니… 그 시절 가슴에 품었던 니나의 모습이 아주 조금이나마 내 안에 물들어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소설 속 현재의 니나가 서른 여덟인 줄은 미처 기억하지 못했다. 지금의 내 나이 즈음이라는 것이 왠지 더욱 애틋하다. 사랑과 좌절, 생에 대한 집념과 갈등… 기만과 타협을 용납치 않는 고집스러운 니나… 여전히 그대로의 모습인 그녀와의 간만의 재회가 너무나 설레었고 반가웠고.. 또 고맙다. 삶의 모델이었던 그녀가 이제는 친구처럼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