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도사의 우아한 무례함!

어린 예수가 아버지 요셉이 억울하게 휘말린 살인 사건의 해결을 위해
로마 철학자 폼포니오에게 도움을 청하다.
어리숙하고 빈틈많은 인간미. 의외의 현명함과 탐정 기질을 지닌 폼포니오가
진실에 한 발 한 발 다가서는 가운데
작가의 전매특허 익살과 능청이 이야기를 몽글몽글하게 굴러가게 한다.

미스터리로 남아있는 예수의 생애 그 어린 시절,
철없고 순진무구한 소년으로 만나는 예수의 모습이 신선한다.
종교학자들이나 기독교인들의 신경을 건드릴 만한 민감성이 있다는 것.
성서의 인물들이 지극히 평범한 인간들로 묘사되어 친근하면서도 왠지 불경스러운 것은 아닌가 하는 조바심도 나지만.
멘도사가 보여주는 우아한 무례함이 나는 좋다. 그가 던지는 위트와 풍자가 나는 좋다.

이렇게 단 시일 내에 한 작가의 작품을 세 권이나 주루룩 읽어내려간 적은 없는 것 같다.
통속적인 소설이 아님에도 쉽게 주르륵 읽혀가는 멘도사의 문체.
호기심을 자극하는 흥미진진한 스토리는 기본이고 넘치는 위트로 매력이 샘솟는 그의 작품들.
˝현대 스페인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 ˝오늘날 가장 스페인 작가다운 작가˝라는 평판에 단연 공감하게 되었다.
넘치는 풍자와 해학은 종종 산만한 느낌을 주기도 하고 자칫 실없는 가벼움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산만함 속에서도 그 이면에 감춰진 날카로운 시선이 느껴지도록 하는 것. 진실과 선을 바라보도록 하는 것.
그것이 대중성과 문학성을 두루 겸비한 작가의 능력이 아닌가 싶다.

Anyway,
무엇보다도 멘도사를 만나고 경험한 것이 각별한 이유는
생각하는 법이 다른 사람을 만나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유대 소년 예수와 로마 철학자가 민족을 초월하여 명품 콤비가 될 수도 있는 것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