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검열과 사랑 이야기

내가 처음 만난 이란은 1996년 국내에 개봉되었던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였다.
친구의 공책을 가져다 주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친구집을 찾아 달리고 또 달리던 소년의 순수한 모습으로 기억된 이란의 첫인상.
삭막하고 궁핍한 배경을 뒤로 하고 있지만 카메라 앵글이 잡고 있는 깊은 눈매의 착하디 착한 어린 이란 아이들의 모습이 보석처럼 빛나며 이란 그곳에 대한 향수를 품게 했다.
그 이후로 `올리브 나무사이로`, `체리 향기` 등의 영화를 통해 이란은 마치 한편의 시처럼 뇌리에 남았다.
그러나 이제사 어렴풋이 알았다. 키아로스타미가 이란에서 영화를 만들면서 어린 아이들과 자연, 다소 제한된 소재의 경계 내에서 영화를 만들었던 이유가 무엇인지…

책으로 만난 이란과의 첫 만남 `이란의 검열과 사랑이야기`
소설을 비롯하여 모든 예술과 문화에 절대적인 이슬람의 잣대를 들이대어 검열하는 현실이 이처럼 심각할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이 책은 테헤란의 두 남녀를 주인공으로 하는 사랑 이야기를 쓰고 그것을 `이란에서` 출간하고 싶어하는 작가 만다니푸르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설 속에는 엄격한 이슬람 문화 속에서 쉽게 접촉하지 못한 채 눈빛만으로 애끓는 사랑을 나누는 두 남녀 뿐만이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를 각종 검열의 날을 피해 어떻게든 완성해 가려는 작가가 들어 앉아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검열 공무원 페트로비치 또한 아예 이야기 속에 들어앉아
주인공들의 정신세계와 작가의 펜끝을 예의주시하며 검열의 칼을 휘두른다.
남자 주인공 다라는 자신을 설득하려는 작가의 멱살을 잡고 흔드는가 하면
검열관 페트로비치는 다라를 암살하기 위해 암살자를 보내기도 하고 여주인공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
책 중반 쯤부터는 왠지 나도 그 안에 들어앉아 있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기까지 한다.

수천년 찬란한 문명의 철옹성을 쌓고 천일야화를 꽃피운 이들의 후손들이 벌이는 아이러니한 코미디.
검열의 칼날이 작가의 심장을 도려내고 독자들의 눈을 멀게 하는 가운데…
이란의 사랑이야기 그리고 눈 먼 이란의 현실을 알리고 싶은 만다니푸르의 갈망과 염원은 결국 여기 이 먼 곳까지 와 닿았다.
이 책이 모국에서 출간되지 못하고 미국에서 영어로 출간될 수 밖에 없었던 현실을 가슴의 돌덩이처럼 무겁게 느끼고 있을 만다니푸르…

이란 땅에서 이란의 언어로 이란인들의 사랑과 꿈, 희망을 총천연 생생한 언어로 나누고 싶은 그의 소망이 멀지 않은 미래에 이루어지길 나또한 간절히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