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한잔 하지 않고는 도저히 읽어 내려갈 수 없는 이야기.
책을 읽으며 내 얼굴에 드리워지는 공포와 충격때문에
유민이가 나와 책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뭔 얘긴지 들여다봐야만 했던 이야기.
그리하여 나에게 오랜만에 악몽을 꾸게 한 이야기…

여러 자녀를 낳고 단란한 가정을 꾸리며 가족 중심의 삶을 만들어나가리라 장미빛 단꿈을 꾼 1960년대 행복했던 두 남녀.
이들의 전통적인 가족에 대한 가치관이 허상에 불과하다는 듯
작가는 이들에게 비정상적인 다섯째 아이를 선물한다.
괴물, 도깨비, 악마…
이런 표현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섬뜩하고 오싹한 아이가 이 가정에 태어난 뒤
가정의 행복은 고사하고 가족들은 아이를 피해 뿔뿔히 흩어져나가는…
정말 그 어떤 호러물 못지 않은 끔찍함이 이 소설의 이야기이다.

도리스 레싱..
현대의 사상과 관습, 이념 속에 담긴 편견과 위선을 비판하고 문명의 부조리성을 규명하는 사회성 짙은 작품세계를 보여준 작가라 하는데…
이 한편의 소설만 보아도 사실과 공상 사이를 오가며 이성과 감성을 촘촘히 엮으며 가슴과 머리를 때리는 강렬함이 남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