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한국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이 소설은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통일된 한국의 현실을 상당히 암울하게 그려내고 있다. 우리가 꿈에도 바라는 통일이 현실이란 높은 벽에 부딪혀 어떻게 바뀔지 통일 독일과 여러 가지 통계자료와 상상력으로 그려내었다. 결코 받아들이고 싶지 않는 풍경이지만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현실이 존재하기에 눈을 마냥 가릴 수는 없다.

 

2011년 남북은 통일된다. 그 후 5년의 세월이 흐른다. 두 나라의 경제력 차이와 준비 단계가 없는 통일은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혼란을 야기한다. 이런 현실 속에서 북한의 군인들은 조폭으로 일부 변신하게 된다. 그 중 한 조직이 대동강이다. 이 조직은 하나의 빌딩을 지어서 은좌라는 룸살롱과 사무실을 밖으로 드러내고, 그 밑으로 무시무시한 땅굴을 파놓았다. 이 땅굴은 공문서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곳에서 벌어지는 것은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것들이다.

 

소설은 이 대동강이란 조직의 2인자이자 북조선 전투 기계였던 리강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시간은 리강이 평양에서 돌아온 시점과 이 시점으로부터의 과거가 병행하면서 진행된다. 이 과거는 현재 일어나는 사건들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단서들을 제공한다. 그리고 룸살롱 은좌는 인간 욕망의 배출구이자 남북의 모순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은좌에서 일하는 아가씨들은 거의 대부분 북한 여성이다. 남한의 고위직이 이곳의 주 고객이다. 고위직이 움직인다는 것은 고급 정보가 흘러넘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작가는 여기엔 특별히 시선을 주지 않는다. 단지 그 속에서 살아가는 북한 사람들의 삶을 그릴 뿐이다.

 

대동강이란 조직 엄청나게 살벌하다. 북한 군인들로 이루어졌다는 것보다 잃을 것 없는 사람들의 거침없는 행동이 무서움을 더한다. 빌딩 지하에 만들어놓은 시체 소각장은 은밀하게 자신들의 살인 흔적을 지우고, 조직의 공포를 강화시킨다. 하지만 이런 두려움과 무서움이 책 전반에 걸쳐 있기보다 오히려 리강의 심리 묘사와 행동을 통해 회색지대를 그려낸다. 통일 한국의 현재는 밝고 아름다운 미래보다 과거와 현실의 무거움과 결코 올라올 수 없는 구덩이로 표현된다. 그가 믿고 살았던 과거의 진실은 현실 앞에 너무나도 무력하다.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느와르 풍의 전개와 림병모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는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회색 분위기와 욕망에 충실한 인간들과 잘 조사된 기록을 바탕으로 한 미래의 상황은 견고하게 현재를 그려내었다. 하지만 이런 현재들을 무리하게 마무리하면서 이야기는 비약과 돌출이 심해진다. 장르문학의 틀을 빌렸지만 제대로 장르문학의 재미를 살리지 못한 것이다. 각각의 등장인물들이 각자가 처한 현실과 과거를 보여주지만 이야기 속에 녹아들지 못한 것도 재미를 반감시킨다. 분량을 더 늘이고 작가가 만들어낸 미래 이야기를 더 늘어놓았으면 어땠을까? 등장인물들의 행동이 너무 우연과 작위적인 것도 역시 아쉬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