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2년 8월 릴케는 [로댕 연구]를 쓰기 위해 파리로 간다. 1905년에는 그가 로댕의 집으로 거처를 옮기고, 무보수 비서로 지내가 1년 후에는 사소한 사건으로 그곳을 나와 파리의 조그만 하숙집으로 거처를 옮기게 된다.

사실, 그는 파리에 오자마자 이 대도시의 빈곤과 침체에 아연해하며 그곳에서 무의미한 것, 타락과 암흑, 그리고 만연해 있는 악을 관찰하고 체험한다.

이러한 체험과 고독한 하숙 생활을 통해 탄생한 것이 바로 이 일기체 소설인 ‘말테의 수기’이다.

 

‘사람들은 살기 위해서 여기로 몰려드는데, 나는 오히려 사람들이 여기서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의 첫 구절은 이렇게 시작되는데, 내가 이 책을 선택한 것도 순전히 이 구절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다 이게 아닌데 하는 느낌이 들었다.

 

주인공인 말테는 고백하듯 주절주절 되는 말투로 끝없이 이야기를 해 간다.

파리의 거리에서 본 죽어가는 또는 불쌍하게 보이는 사람들 이야기, 어린 시절 가족들이나 귀신을 목격했던 일들을 담담하면서 지루하게 읊어가는 식이다.

 

 

이 소설이 1904년에 쓰이기 시작해 1908년에도 계속 집필을 했다고 되어있다. 그런 탓인지 몰라도 이야기의 흐름이나 어투가 갑자기 바뀌는가 하면 내용의 흐름도 이어지질 않는다. 또한 긴장감이라든가 재미라든가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설의 느낌도 전혀 없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한 며칠은  말테의 기분을 이해해 가며 읽으려 애썼다. 하지만 나중에는 참을성에 한계를 느끼게 되었는데 아무래도 내 심신이 피로와 화로 가득 차 있을 때라 그런가 싶기도 하다.

이 책은 아무래도, 심신이 건강하고 사고에 여유가 있으며 포용력과 인내심이 강할 때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