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아시와 콜린퍼스의 매력에 빠지다

우선 난 이 책을 읽기 전에 영국 BBC드라마로 ‘오만과 편견’ 그리고 ‘오만과 편견 다시쓰기’를 2번씩이나 본 상태라 줄거리는 다 알고 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이미지는 드라마에서 본 개성 강한 그들의 모습이 떠올라 읽는 재미를 더했다.

 

 

특히 여 주인공의 사촌으로 등장하는 ‘콜린스’란 인물은 책에서 보면 말만 재수 없게 하는 것으로 나오는데, 다시보기란 드라마 속의 인물은 여자들이 싫어하는 요소를 모조리 가진 인물로 묘사되어 있다. 쥐의 이미지를 한 얼굴에 기름칠한 2대 8 머리, 삐쩍 마르고 큰 키, 그리고 언제나 손을 주머니에 넣고 꼼지락거리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구역질이 날 정도다. 책만 봤으면 이런 이미지는 감히 상상도 못할 것인데 감독이 인물 파악을 넘 구체적으로 잘해 놓은 것 같다.

 

 

 

하지만 200년 전이나 21세기의 지금이나 사람 사는 이야기는 다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우유부단하며 자식들을 사랑하는 딸 바보 아버지, 그런 아버지와 전혀 어울리지 않게 수다스럽고 속물덩어리인 어머니, 그런 어머니를 빼닮은 키티와 리디아, 좀 멍청해 보이며 잘난 체하고 싶어 안달인 난 메리, 다정하고 착하고 예쁜 언니 제인, 그리고 당당하며 똑똑한 이미지의 엘리자베스, 무뚝뚝해 보여 언제나 편견을 가지게 만드는 남자 다아시, 그의 친구이자 잘생기고 매너남인 빙리, 그리고 얄밉고 뻔뻔스러운 빙리의 여동생 등등 여기 등장하는 인물들의 특징은 하나같이 개성이 뚜렷해 보인다는 점이다.

 

 

 

이 중에서 집고 넘어가야 인물은 단연 남자 주인공인 다아시가 아닐까 한다.

부자에 번듯한 외모, 하지만 성격이 약간은 까칠해 보이는 게 요즘 같으면 나쁜 남자 정도로 치부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옛날이나 지금이나 겉은 그렇게 보일지라도 속은 정말 신사다워야 인기가 있다는 건 말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드라마 속에서는 콜린퍼스가 이 역을 맡고 있는데 여자라면 누구나가 반해 버릴 것이다. 나 역시 그랬고 ‘브리짓 존슨의 일기’의 브리짓도 그에게 반해 매일 BBC드라마를 돌려 본다고 했다. 거기서 브리짓은 다아시가 호수에 들어갔다 나올 때 흰 셔츠가 흠뻑 젖은 모습에 반했다는데 실제 소설에서는 이런 장면이 나오지 않는다.

어쨌든 소설 속의 다아시도 멋있고 드라마 속의 콜린퍼스도 멋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다아시 같은 성격의 남자들은 이런 유(연애와 결혼 그리고 궁궐 같은 집, 사교 모임을 다룬)의 소설과 드라마를 경멸할 지도 모르겠다.

 

 

 

드라마 다시보기의 여주인공은 이 소설책을 매일 읽으며 ‘그들의 매너와 언어’에 빠졌다고 나오는데 사실 번역서로 읽게 되는 나에게는 그렇게 와 닿지 못해 아쉽다.

특히 번역이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몇 군데 있었는데, 몇 번을 읽어도 이해가 안가는 문장들도 있어 많이 속상했다. 이참에 영어 공부해서 원서를 읽어볼까도 잠시 생각해 봤지만 그러기엔 시간이 넘 오래 걸릴 것 같다. 차라리 다른 출판사의 책으로도 읽어보면서 비교해 보는 게 더 나을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