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베일이 뭘까 고민하게 만든다

한 여인이 애정 없는 결혼을 선택함으로써 펼쳐지는 한편의 드라마 같은 이야기다.

자신을 사랑한 남편 앞에서 바람피우다 들통이 나도 그녀는 당당하기만 하고, 그래도 그는 아내에게 미련을 못 버린 듯하다.

1920년대 영국의 식민지인 홍콩을 배경으로 한다는데, 지금의 나로서는 그런 상황이 조금 이해가 가질 않는다. 우리네 같음 죽네사네 난리가 났을 것이다.

그는 아내를 데리고 콜레라가 만연한 중국의 한 마을로 들어감으로써 목숨을 잃을 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을 맛보게 한다.

하지만 그녀는 그곳에서 아름다운 풍경과 비참하게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고,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종교에 귀의한 수녀들을 만나고, 그리고 자살이 의심되는 남편의 죽음 앞에서 많이 생각하고 고뇌하며 성숙한 어른이 되어간다.

그녀의 남편이 죽으면서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죽은 건 개였다’ 라는 올리버 골드스미스의 “미친개의 죽음에 관한 애가”에 나오는 시구로 대신한다. 한 남자가 개와 친구가 되지만 그 개가 남자를 물었고, 사람들은 미친개에게 물린 남자가 죽을 거라 법석을 떨지만 정작 죽은 건 그 개였다는 내용이란다.

그는 자신의 죽음을 억울하다 본 걸까 아님 자신의 잘못이라 본 걸까.

아무튼 여자보다 남편 쪽이 넘 불쌍하고 안타까웠다.

 

 

원제가 “The Painted Veil” 이라는데 왜 “인생의 베일”인지 모르겠다. Painted에 별다른 의미가 있을까해서 인터넷을 뒤져봐도 모르겠다.

색칠된, 과장된, 비현실적인 베일이라…….

 

이 소설이 통속적이면서 조금은 뻔해 보이는 스토리지만, 작가는 그녀를 통해 뭔가 많은 이야길 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그녀처럼 이기심과 편협한 생각의 베일을 갑자기 벗어던지면 인생이 달리 보일 것 이란 말을 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