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날의 우상을 다시 만나다

‘톰 소여의 모험’이라고 하면 어린 시절 티브이 만화영화에서 본 게 다였다. 주근깨에 곱슬머리 그리고 맨발로 뛰어다니며 말썽만 피우던 귀여운 캐릭터로 내 머릿속에 아직 남아 있다.

책으로도 나와 있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두툼하다는 건 이번에 알게 되었다.

만화내용이 어땠는지 사실 기억이 잘 나진 않지만 이 두툼한 책 안에는 아이가 아닌 어른의 관심과 흥미를 끌기에도 충분한 사건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다는 것이다.

 

톰의 악행과 장난은 어른의 입장에서 보면 ‘저게 커서 뭐가 될까?’하는 걱정이 들기도 하지만, 아이의 입장에서 본다면 재미난 일상의 연속이 아닐까 싶다.

담장 칠하기란 임무를 맡고도 태연히 아이들에게 선물공세까지 받아가며 그 일을 전과하고, 교회에 딱정벌레를 풀어놓아 아수라장을 만들고, 정체불명의 물약을 고양이에게 먹여 집안을 날뛰게 만들기도 한다.

해적이 되겠다며 친구들을 꾀여 집을 나갔다 장례식까지 치르게 하고, 사마귀 제거를 위해 죽은 고양이를 들고 한밤중에 공동묘지를 찾아갔다 살인 현장을 목격하며 사건은 일파만파 커져가기도 한다.

살인자가 시체로 발견되고 톰과 헉은 그가 숨긴 보물을 찾아 내 부자가 된다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는데, 아이의 입장에서 본다면 가슴이 터질 듯한 꿈과 희망을 안겨주겠지만 아무래도 어른의 입장에서는 조금 황당하기도 하다.

 

1905년 뉴욕의 브루클린 공공 도서관이 아이들에게 나쁜 본보기가 된다는 이유로 이 책을 금서로 지정했다고 하는데, 특히 이 일에 앞장 선 사람이 ‘작은 아씨들’의 저자 루이자 메이 올컷이었다고 한다. 사실 ‘작은 아씨들’을 성인이 되어 다시 읽고 너무 교훈적이고 지루한 스토리에 실망한 적이 있는데 그녀의 관점에서 ‘톰 소여의 모험’은 엄청난 충격이었나 보다.

톰이 너무 돈에 얽매여 해적과 산적이 되길 원하고, 쉽게 취할 수 있는 물건으로 다른 아이들의 물건과 교환해 이득을 취하는 것이 너무 물질적이 아니냐는 평도 받는다는데, 전체적으로 어른의 입장에서가 아닌 아이의 입장에서 봐줘야 톰을 더 잘 알게 되지 않을까한다.

 

그리고 이 책과 일란성 쌍둥이로 표현되는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놓고 대부분의 학자들은 문학성이나 예술적으로 배교해 후자를 더 높이 평가한다고 한다. 아직 허클베리를 읽어보진 않았지만,  톰소여야말로 끊임없이 흥미로운 사건을 발생시키는 플롯에서나, 그 나이 또래의 영웅 탄생이라는 점에는 높은 점수를 주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