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부터가 유명하기도 하고 인상적이기도 해 언젠가 읽어봐야겠다 싶었다.

역시 명성대로 괜찮은 책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읽고 나서 크게 감동적이라거나 아주 재미있다거나 별 다섯 개정돈 아깝지 않다 정도의 책은 아닌 것 같다.

 

1968년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체코의 지식층이 민주자유화운동을 일으키는 역사적 배경으로 4명의 남녀 사이에서 일어나는 치정관계의 이야기이다.

의사인 토마시는 사랑하지 않는 여러 여자와 관계를 맺고 테레자와 재혼을 한 뒤에도 이런 관계를 끊지 못한다. 토마시의 정부인 사비나에겐 또 다른 유부남인 프란츠란 애인이 있다.

단순하게 요약하면 이런 통속적이고 지루한 줄거리가 되고 만다.

 

하지만 이 작품이 유명해진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제목에서 풍기듯 인간 삶에 대한 여러 철학적 고찰이 등장해 사실 책을 읽다 몇 번씩 반복해 읽게 만들고 곰곰이 생각하게 만드는 장면들이 있다.

과연 어떤 삶이 무거운 것이고 어떤 삶이 가벼운 것인가? 또한 과연 무거운 것만이 긍정적이고 정상인가? 란 질문들은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등장하는데, 주인공들의 삶이 지극히 가벼워 보이긴 한다. 하지만 가벼워 보이는 이들도 보통의 인간이기에, 고민을 하고 상처를 받고 괴로워하기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책이 유명해진 데는 저자의 표현력이 기발하다는 데서 나온 게 아닐까싶다.

사비나와 프란츠의 몰이해의 목록이란 부분에서 두 남녀의 취향과 관점의 차이에서 오는 예를 아주 재미난 표현으로 묘사해 놓았다.

사비나에게 음악이란 ‘그녀 뒤에 풀어놓은 개 떼.’ 같아서 공산주의 세계에선 음악도 야만적이라 했다.

그 반대로 프란츠에게 음악이란 ‘그는 고통, 허영심, 무의미한 단어가 영원히 침몰하는 거대한 음악, 모든 것을 감싸고 품에 안아 질식시키는 절대적 소음, 아름답고 경쾌한 소란’ 같아서 행복한 상상의 소음 속에서 잠이 들기도 한다.

 

공산주의 체제에 순응하는 이들은 ‘비굴함의 인플레이션이 그들 자신의 행동도 평범한 것으로 만들며 그 실추된 명예를 돌려주기’도 한다고 하거나,

토마시의 기사를 두고 내무부 남자는 ‘반공주의 히스테리를 조장’한다는 표현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구릿빛으로 그은 여학생의 몸을 ‘정확하게 장치된 꼬치구이 막대에 끼워져 천천히 돌아가며 굽힌 것 같다’란 표현이나, 캄보디아 대장정에 나섰을 때 미국인 여배우가 카메라 세례 받으며 뛰어다니자 프랑스 여교수가 여배우 손목을 잡으며 ‘쌍’하며 욕하는 장면 등은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민음사의 세계전집에는 보통 책 맨 뒤쪽에 작품해설과 함께 작가 연보가 나오는데 이 책에는 없어 까페에 물어보니 작가가 그런 걸 원치 않는다고 했단다.

그래도 역사적 배경이나 작가의 인생을 조금 더 알았다면 이 작품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 같은데 왠지 작가에게 서운한 감정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