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미한 병렬과 중첩에 대한 감동

이문열의 작품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외엔 읽은 것이 없었는데, 이번 작품 읽고 역시 대가구나 하는 말이 절로 나왔다.

글의 플롯은 물론이거니와 책 속으로 사람을 끌어들이는 그 뭔가가 있다. 흥미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한 문장 한 문장 끝맺을 때마다 여운을 남기는 그런 글이 아니었나 싶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작가의 말을 먼저 보게 되었는데, 여기 나오는 혼혈아 여주인공이 실제 인물로 문화적 아이콘으로 떠올랐다는 부분을 보는 순간 부산사투리와 연결지을만한 인물을 떠올렸다. 인터넷을 다시 뒤져보니 역시 내 예상대로 그 인물이어서, 아니 왜 실존 인물을 가지고 소설을 썼을까 의아했다.

작가가 아무리 이건 창작이라고 외친다고 해도 실존인물이라고 밝혀버린 뒤라 오해의 소지가 있지 않나 괜한 걱정까지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진한 감동에 젖어 그것이 실화든 창작이든 그냥 소설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여주인공이 공연 음악 감독으로 명성을 날리다 별일 아닌 연애 스캔들로 인터넷에 떠들썩했을 때, 소설 속의 나는 이 시대를 ‘몰려와 헹가래 쳐주곤 솟아오른 사람 받아주지 않고 돌아서는 고약한 시대’라고 했다.

요즘의 인터넷의 한 풍속으로, 한 사건이 터지면 앞뒤 가리지 않고 악플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히는 사람들을 겨냥해 한 말 같은데 나 또한 너무나도 공감하는 부분이었다.

실제 작가가 몇 십 년 전 무슨 일로 사람들의 질타를 당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개그는 개그로 소설은 소설로 받아들이는 여유로운 마음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소설 속의 ‘내’가 혼혈 여주인공에게 감동 받았던 문화의 다양성이 어떤 경우에는 이질적인 요소가 고유 가치와 특질을 훼손해 무의미한 병렬이나 중첩일 수도 있다는 표현이 참 인상적이었다.

여러 나라 음식을 잘 알아서 먹을 수 있다는 그 자체가 주인공 ‘나’에게 그런 감동내지 충격으로 다가와 이런 언어로 표현할 수 있다는 자체가 나에겐 감동이다.